교수님이 회사 선배
요즘 챗GPT 때문에 포스팅을 할 때 먼저 물어봐야 되나 하는 갈등이 든다
다행히 챗GPT는 아직 만학도라는 뜻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시간문제일 뿐일 것이다
대학원 개강으로 등교버스에 있는 나는 그야말로 만학도다 물론 여기 학생들에 비해서라 다행인데 공부를 한다는 건 모르겠고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야 한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말이 여유지 마음먹는 게 쉽지 않다
학자금이야 나라에서 저리로 융자가 되지만 시간은 직장 생활하면서 월차로 다니기는 용자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코로나 전에 한 학기 다니다 암 걸려서 병가 내고 과목이 개설을 안 해서 휴학하고 어영부영하다 결국 코로나가 끝나고 마지막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역병이 돌 때의 심각했던 상황은 이제 버스에서 마스크 쓰는 거 빼고는 느끼기 어렵다
교수님은 연단에서 침을 튀기고 이야기하고 전공수업 강의실은 70여 명이 꽉꽉 채워서 들어온다
유튜브뮤직을 신청했더니 알고리즘 추천으로 내가 대학교 때 듣던 변진섭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를 마이마이가 아닌 에어팟으로 듣고 학교로 버스를 타고 들어가니 마치 내가 40대말이 아니고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듯하다
하지만 마주치는 딸 아들뻘 학생들의 엣된 얼굴을 보면 내가 얼마나 나이 들었는지 확 느껴진다
학교에 내 대학때 친구들은 이제 없다
제어공학 수업은 역시나 알아듣기 힘들었고 원래 영어로 하는 수업인데도 영어반 한국말반으로 수업하는 교수님에 대해 내 옆자리의 있는 외국학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나보다 더 힘든 친구들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용기가 났다
이 수업은 졸업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되는 필수과목인데 코로나 때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으니 현타가 와서 자발적으로 다시 재수강 중인 과목이다
(그때 그냥 들었으면 대충 B학점 받고 여기 나올 일이 없었다)
돈도 시간도 없으면서 돈과 시간을 개의치 않는 내 배짱은 답이 없는 카레이싱을 하면서 만들어진 듯하다
나는 이미 취업이 20년 전에 확정된 만학도답게 자발적으로 공부하려고 한다
만학도는 학점에 연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