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운동하기
어렸을 때 배운 운동은 평생을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그것이 자전거 타기인데 학창 시절 넘치는 정력을 밤마다 댠국대 후문에서 학교 안을 지나 한남오거리에서 업힐로 집에 오는 것을 날마다 반복했었다
지금은 거기에 초고급아파트 더힐이 생겨서 더 이상 나의 자전거 연습장은 사라졌지만 이제 남산 전체가 그 코스를 대신하고 있다
생전에 아버지가 매봉산을 매일 오르시던 습관은 어쩌면 내가 받은 가장 좋은 유산일지 모른다
나도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남산을 가는 습관이 들었고 이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은 한참이 걸리는데 매번 타이어에 바람을 다시 넣고 체인 윤활유를 바르고 다시 그것을 다시 잘 닦아내고 물통을 채우고 가민 후방 레이더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블랙박스를 달고 옷을 챙겨 입고 선크림을 바른 후 나가려고 하면 준비만 30분 걸린다
이런 과정을 레이싱카를 타는 복잡한 과정과 비슷해서 마치 레이싱카를 몰고 서킷에 나가는 듯한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 준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댄싱으로 남산을 오르면 마치 정밀한 스캐너로 내 몸을 스캔하듯이 몸 전체에서 일정한 신호를 송신한다
그래서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즉각 느낄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무릎이 좀 아프다고 하면 그날은 그것을 완화시키는 물리치료와 같은 라이딩에 들어간다
그리고 대부분 그날의 라이딩에 해결이 되는 편이다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준비해 간 거치대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객관적인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라서 저울과 같이 정확한 나의 현재 모습을 알려준다
다이어트를 위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오는 다운힐 구간에서는 서스펜션이
없는 로드자전거는 지나치게 빠르고 위험하기 때문에 브레이킹을 노면을 손으로 만지는 듯한 감을 느끼면서 락이 안 걸리도록 정밀하게 조절하고 너무 느리지고 너무 빠르지도 않게 내려간다
전직 다운힐 선수라고 넘어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내 능력의 80프로 이상은 넘지 않는다
컨디션 관리를 자전거에 의존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이것이 나에게 차를 계속 탈 수 있는 체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차를 탈 수 있는 체력은 개개인 미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 기준은 일반인 보다 훨씬 우수하고 운동선수보다는 낮은 수준을 말한다
그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 정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낮은 수준일 것이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도 실상은 프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가능하려면 지속가능한 강도가 있는 법이고 난
최대한 오랫동안 자전거와 레이싱카를 타고 싶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루틴에 무리가 되는 장거리 라이딩도 거의 하지 않는다
무라카미하루키가 75세의 나이에 하루에 10km 러닝을 하고 지금도 매일 같은 시간 작품활동을 하고 신간을 꾸준히 출간하는 힘은 꾸준한 반복에 있다고 한다
꾸준함은 일면 지루해 보이지만 매번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성취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번 같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