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케이스의 딜레마
나는 아이폰 12미니를 쓴다
나온 지 꽤 돼서 몇 년 된 지도 기억이 안 난다
맞다 난 앱등이다
얼마 전 주말에 왕십리역사 애플스토어에서 신형 15를 만지작 거리면서 살까 말까 하면서 만지고 있었는데 케이스가 없이 매끈한 감촉의 새 폰을 만져보니 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새 폰을 사고 싶은 것인지 이 매끈한 감촉이 좋은 것인지를 알 수 없어서 내 폰 케이스를 벗기고 똑같이 만져 보았더니 새 폰 느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매장을 그냥 나왔다
짧은 순간에 세 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첫째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착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갖고 싶은 새 폰의 요소가 새 폰 자체가 아니라 매끄러운 감촉이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이뻐 보이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폰은 케이스가 없을 때 가장 매력적이지만 손상될 가능성도 높이 올라간다
세 번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너무 아끼면 영영 누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케이스도 마찬가지지만 액정보호필름을 붙이고 한 번도 원래의 선명한 화면을 못 본 채로 몇 년 지나고 폰을 바꾸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감가가 낮은 폰을 사서 중고로 파는 사람이라면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감가가 큰 폰이라면 몇 년 지나면 가치는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그래서 지금은 케이스를 벗기고 보호필름을 벗겨서 그냥 폰을 쓴다
몇 번 떨어뜨리기도 해서 흠집이 좀 났지만 아직은 무사한 편이다
하지만 흠집이 좀 있어도 새 폰 느낌은 아직 남아있고 화면도 좀 스크레치가 났지만 보호필름 뒤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