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장역사쟁이 Oct 27. 2016

서산, 개심사에 가다.

마음을 열어라.





개심사(開心寺)와의 인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개심사와 상당한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사계절 캠핑 문화가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캠핑을 다녔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이 개심사 인근의 용현자연휴양림이었다. 캠핑을 가면 산책 삼아 방문하기 시작한 곳이 개심사이다. 
개심사는 충남의 4대 사찰 중 하나라고 소개되고 있는 데 규모보다는 전통과 예스러움에서 오는 멋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절 집들이 돈 자랑을 하는 듯이  새로운 건물을 다투어 짓고 있는 것에 비해 개심사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새롭게 들어선 건물이 없이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일주문이 새롭게 지어진지 시간이 많이 지났고 명부전 뒤쪽에 새로운 건물이 하나 더 늘어난 듯 보임) 




개심사 일주문


개심사 본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게 단청이 상당히 화려하다. 단청은 세월이 지나고 빛이 발하면 새로운 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화려하다 보니 본채의 예스러운 멋을 깎아먹는 듯 보인다.


숲길 안내도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인근의 볼거리를 연결하는 등산로가 안내되어 있다. 서산마애삼존불, 고풍저수지, 보원사지터 등을 등산 중에 볼 수 있다.


개심사 오르는 길


절집 입구까지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그 길을 걸을 수도 있지만, 마음을 연다는 개심(開心) 절집의 이름처럼 일상에서 꽉 막혀 있던 마음을 자연을 향해 열려면 이 길을 쉬엄쉬엄 걷는 것이 좋다. 


연못

연못


예전에는 수련이 가득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옆으로 나 있는 흙길을 따라 개심사로 들어가는 것보다 연못 가운데 걸쳐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개심사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운치 있고 좋다.


종루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계단 밑에서 바라보는 종루는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을 만한 정자 같다.


계심사로 오르는 계단


계단과 주변의 잡풀들은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작은 절집이지만 절제된 인공미가 멋스러움을 더한다.


종루


계단을 올라 바라본 종루의 지붕은 날아갈 것 같은 느낌과 색 바랜 단청에서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안양루의 현판, 상왕산개심사 

안양루의 현판, 상왕산개심사

안양루를 등지고 바라보는 전경이 꽤 괜찮은데 빠져있다. 


안양루 측면과 심검당

안양루에서 전경


전경은 아니지만 측면의 경치도 나름 괜찮다. 내가 산중에 들어왔구나를 느낄 수 있다. 마음만 열면 된다.


해탈문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해탈문을 통과할 자격이 있다. 개학을 앞둔 세명이 어떤 것에 마음의 문을 열었을까? 궁금하네......


심검당(尋劍堂)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전해진다. 1962년 해체 수리되는 과정에서 절집의 중건과 관련된 상량문이 발견되었다. 시주자와 목수의 이름까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개심사 건물에 사용된 대부분의 목재는 자연 스러움을 그대로 살렸는데, 심검당의 대들보가 대표적이다. 대들보, 기둥이 이리저리 휘었지만 건물은 안정감을 보이고, 단청을 하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배가된다.


안양루

안양루

5층 석탑과 안양루

 

개심사의 강당이었을 안양루에서 연잎을 가지고 식재료를 만들고 있다. 모양을 보니 연잎차와 연잎밥의 재료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무량수각


스님들의 생활공간이라고 한다.

대웅보전과 5층 석탑


개심사의 창건 연대는 삼국시대 말기(7세기 중반)으로 전하고 있고, 1940년대 수리 공사 때 묵서명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1484년 성종 때 대웅전이 다시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몇 안되는 조선 초기의 목조 건물로 건축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명부전


명부전은 죽은 사람이 49재를 지내기 전까지 머물며 살아생전의 죄를 심판받는 곳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조선 사회는 성리학, 즉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였지만 효를 강조하는 까닭에 명부전이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개심사 명부전에는 목조 지장보살과 시왕 역사상이 모셔져 있는데 그리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산신각

산신각 내부

산신각


명부전을 지나 우측으로 조금 오르면 산신각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의 특수성, 즉 불교가 전파되면서 기존의 전통신앙을 흡수하게 되면서 삼신각, 칠성각, 산신각이 불교 안에 들어오게 된다. 

산신각 내부에는 상왕산의 산신이 호랑이를 뒤로하고 앉아있다. 그 모습을 본 딸이 대웅보전 근처에서 본 고양이가 호랑이였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부모를 따라 다년간 답사를 해서 인지 내공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마음을 열면 좋아지는 것


답사와 캠핑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집에서 보다 몇 배의 대화를 한다. 대화가 없는 가정이 아닌데도 대화가 더 많아진다. 집에서 하면 사소한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자연 속에서 하면 상당방이 진심을 인지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일주일의 일상을 보내고 지친 몸으로 캠핑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힘들지 않는냐, 월요일 출근이 걱정되지 않느냐 묻는 동료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얻는 것이 더 많다" 였다. 자연과 어우러지다 보면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듯하다. 개심(開心)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한 번쯤 들리기에 좋은 장소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산, 마애삼존불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