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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역사쟁이 Nov 06. 2016

세계유산 창덕궁에 가다.

대조전!





대조전(大造殿)에서 하는 일!


대조전의 '대조(大造)' 는 '큰 것을 만들어 낸다' 는 뜻이다. 여기서 큰 것이 무엇일까? 대조전이 어떤 공간인가를 안다면 쉽게 답이 나온다. 창덕궁의 대조전은 왕비의 처소(침전)이다. 여기서 만들어낼 큰 것은 다름 아닌 왕위를 이을 왕자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하지만 '대조' 의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왕비는 궁궐에서 활동하는 여자들의 대장 격이다. 왕이 신하들을 관리하듯이 왕비도 궁궐에 사는 여자들을 관리했다. 이 관리 체제를 내명부(內命婦) 라고 한다. 그러니까 대조전은 큰일 이외에 왕비가 궁궐의 안 살림을 관리하는 사무실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희정당에서 바라본 선평문과 대조전


희정당에서 대조전으로 들어가는 문이 선평문이다. 왕과 왕비가 이 문을 이용했겠으나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는 희정당과 대조전 사이를 연결한 전각을 이용했을 듯싶다.


선평문


선평문은 골판문의 형태를 하고 있다. 안과 밖으로 밀어서 여는 형태의 문이 아니라 여러 짝의 문을 접어서 여는 문이다.


대조전 월대


월대는 건물의 지위를 나타낸다.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지위를 따랐을 것이다. 왕비의 생활공간이자 합궁의 공간이었으니 높고 넓은 월대를 지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보통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齋), 헌(軒), 루(樓), 정(亭) 의 순서로 전각의 지위를 구분한다.


대조전과 흥복헌


5대 궁궐과 수많은 전각은 나름의 사연을 안고 있다. 그중에서 흥복헌이 간직한 아픔이 가장 클 것이다. 1910년 8월 22일 이곳에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다. 어전회의에서 결정된(?) 것이 다름 아닌 '한일병합' 과 관련된 내용이다.
흥복(興福), '복이 흥한다' 는 뜻과는 반대로 조선의 망(亡)이 결정된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대조전


대조전의 지붕은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 지붕이다. 1917년 화재로 다시 지어지면서 내부가 서양식으로 변화했다. 밖의 사정도 비슷하다. 월대에 전등이 설치되었고, 용마루 부문도 무량각은 같지만, 동궐도를 보면 평평한 무량각이 아니라 가운데 부분이 솟아 있는 무량각 지붕이었다.


대조전 내부


대조전은 전면 9칸 측면 4칸 건물이다. 가운데 3칸이 개방되어 있고, 그 안쪽 9칸이 대청이고, 대청 좌우로 4칸짜리 온돌방이 놓여있다.  대청 부분의 가구들은 서양식은 아니나 우리의 전통 가구도 아니다.  

대조전


대조전 월대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내려오고 있다. 해설사가 열심히 설명을 하던데 바로 내려온다. 이유는 대부분 막혀있기 때문에 볼게 없다.


대조전 뒤편 화계에서


무량각 지붕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용마루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기와 밑으로 숨어있는 것이라고 한다. 용마루를 놓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력이 필요한 고급 기술이 적용된 것이라고 한다. 


대조전 뒤편 화계에서


대조전 뒤편에는 나름의 화계가 4단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경복궁 교태전의 아미산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창덕궁은 별도로 훌륭한 후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경훈각


대조전 뒤편에 있는 전각으로 동궐도와 1917년 이후의 모습을 비교하는 데 좋은 전각이다. 동궐도에는 2층 건물에 청기와를 입힌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1층 건물이다. 1917년 화재 후 경복궁의 만경전을 헐어다 중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훈각  굴뚝


경훈각 뒤편에 설치된 굴뚝으로 대조전의 아궁이와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역시 경복궁 아미산이나 자경전 굴뚝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화계와 잘 어울려 있다.  






탄생전이 아니라 사망전?


'대조', 큰 것(왕자의 탄생)을 만들어낸다는 뜻에 맞게 효명세자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성종, 인조, 효종, 철종, 순종 등 조선 왕조의 가장 많은 왕들이 죽음을 맞은 곳이다.
또한 대조전의 부속 전각 흥복헌은 강요되고 형식적인 것이었지만 망국(亡國)을 결정하는 어전회의가 열린 곳이다. 궁궐 전각에 붙은 편액(현판)의 내용을 살피면 좋은 것은 다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이름만 가지고 죽음과 망국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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