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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Nov 21. 2024

자꾸 자식을 비교하게 됩니다.

<고민게시판>

작성자 : 서울대가도돼    작성일: 2024.11.20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더 남았을까요? 저희 부부는 다른 재능은 없고 다른 재산도 없고 유전자도 유산이라고 한다면 유일하게 공부유전자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작년까진 초등 저학년이라 괜찮겠지 했는데 4학년씩이나 되고도 아직도 뽀로로 같은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비교하지 말아야지 싶으면서도 비교가 되어도 너무 되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저도 남편도 공부를 잘할 때 성취감도 자신감도 생겨 좋았던 거 같은데 저희 딸은 고작 문제집 한두 장 풀면서도 너무 하기 싫어해요. 몸을 배배 꼬고 질질 끌면서도 잘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니 정말 답답하고 막막해요.

  대치동의 황*수학 탑반에 다니는 친구 아들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현타가 옵니다. 5학년인데 벌써 중학심화도 다 끝내고 고1수학도 끝나간다고 하는데 그런 아이만큼 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겨우 동네 영어학원하나 수학공부방 하나 다니면서 거기서 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니 막막해요. 도대체 누구를 닮았나 싶고 저희는 그나마 공부해서 이만큼 먹고사는데 이 녀석은 어쩌려고 저러나 싶고 엄마들 모임도 나가기 싫어지네요. 이적 어머니는 믿는 만큼 자란다고 했는데 믿을 구석이 있어야 믿어주죠. 믿음직하지 못해도 믿어 주면 잘 크나요? 선배맘님들께 조언 구해요. 밤에 심하게 야단치고 재우고 나니 속상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해서 끄적여봤어요.  



 비교를 잘하는 아이들과만 하셔서 그래요. 제 주변 요즘 사춘기 와서 학원 안 가는 아이, 등교거부하는 아이, 담배 피우다 걸려서 등교정지 당한 아이도 있고,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집 아이는 전동킥보드 절도등으로 여러 번 사고 쳐서 경찰서 들락거리고 즉결까지 다녀온 고1도 있어요. 아침에 학교 잘 가고 친구들과도 평범하게 잘 지내고 건강하면 일단 아이로서 해야 할 의무는 다 했다고 생각해 보셔요. 아이 낳기 전 마음을 다시 떠올려 보세요.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우리 모든 엄마들의 초심을요.


 병원에 있는 아이 엄마는 지금 병원밖에서 건강히 지내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울 거예요. 아이가 등교거부하고 있는 아이 엄마아침에 학교만 가면 소원이 없다 하겠지요. 사고 치고 경찰서 들락거린다면 학교 안 가고 공부 안 해도 남한테 폐만 끼치지 않고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돈도 성적도 위로도 아래로도 비교가 끝이 없어요. 비교가 비난과 비관을 낳습니다.


  서울대가도돼님의 불안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사실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잘 자라길 바랄 겁니다. 그런데 그 부모의 '잘'은 꽤나 어렵습니다. 1을 하면 2를 바라고 2를 하면 3을 바라는 게 부모마음이거든요. 또 -2,-3으로 내려가면 -1도 감사하다 하는 간절하면서도 간사한 게 우리 부모들 마음이니깐요. 사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새끼를 낳을 때 가능하면 먹이가 풍족한 살기 좋은 곳을 고른다고 하니 어쩌면 욕심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아빠는 아이를 믿어주면 좋겠어요. 아이가 잘 살아낼 거라는 믿음이요. 언젠가 정신 차리고 공부를 잘할 거라는 믿음이 아니라 '네가 네 삶을 사랑하고 너 스스로를 사랑하면 네 인생 충실히 잘 살아낼 거야.'라는 믿음이요. 부모가 그렇게 믿어주고 있다는 걸 아는 아이는 절대 막살지 않아요.


  불안도 전이되어요. 엄마가 불안해하면 따님도 불안할 거예요. 우리 땐 공부가 꽤나 많은 걸 보장해 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요. 제 조카 친구는 정말 공부 잘해서 외고 졸업 후 명문대까지 들어갔는데 불안, 우울이 심해져 올 3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가족의 몸과 마음 건강을 먼저 챙기고, 아이와의 관계를 챙겨보세요. 제가 보아온 아이들, 공부 못해도 몸과 마음 건강하고 부모와 사이좋으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서 어디서든 자기 한몫 다 해내더라고요. 공부 유전자가 아니더라도 엄마아빠가 성실히 살아오신 걸 아이가 보고 자랐을 거고 그 성실함의 유전자도 아이에게 있을 거 에요. 성실함 또한 재능이지만 사람마다 그 성실함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조금씩 다른 듯해요. 물론 드물게 모든 면에서 성실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요. 공부는 성실하게 해도 운동은 성실하게 못하는 분도 계시고, 피부관리는 꾸준하게 하시는 분이 독서는 그렇게 못하기도 하잖아요.


 혹시, 그럼에도 계속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엄마 예빈이 엄마 알지? 그 엄마는 서울대 나왔데. 지금 대학교 교수님이래. 엄마는 서울대 왜 못 갔어?"

"엄마, 태하 엄마 의사 선생님인 거 알아? 돈도 엄청 많이 번대. 엄마 버는 것보다 3배는 버는 거 같던데."

"엄마, 규민이네 엄마 작가이신 거 알아? 책이 몇십만 부가 팔렸데. 근데 엄청 날씬하고 피부도 예쁘잖아. 엄마보다 5살 많은데 10살은 어려 보이지 않아?"

모골이 송연해지시지 않나요? 아이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 우리들도 참도록 해요.



게시판의 형식을 빌려 써서 길어졌는데 실제 이 조언은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을 글로 각색했습니다.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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