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지극히 사적인 글쓰기를 할 예정이다. 5일 후 수능을 치르고 올 아들에게 선물과 전할 편지다. 선물은 아이가 오래 기다렸을 인생 첫 스마트폰. 남편이 미리 사두었다.
초중고 12년 내내 스마트폰도 없이 살아온 2010년생.
대학입학까지 안 사겠다는 9살의 선언을 10년이나 지킨 기특한 녀석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체외장기로 여기며 달고 다니는 알파세대인데 중1 때부터는 거의 학교전체에서 한둘 있을까 말까 한 유니콘이었다.
이렇게 휘둘리지 않는 아이이니 뭘 해도 될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수능 그까짓 거 속 편히 보자고 했다. 물론 속으론조금 떨리긴 한다.
편지를 쓰다 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반듯하게 잘 자란 아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이 녀석을 키우며 따뜻하고 행복했던 일들이 떠올라 뭉클하다가 미소 짓다가 또 울컥하기를 반복한다.
초등 때 원 없이 뛰어놀더니 중1부터 스스로 달려온 아들. 대박 같은 행운은 아니더라도 아쉬움은 없기를 바라며 엄마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본다.
편지를 다 쓰고 아이들과 남편이 먹을 아침을 준비한다.중3인둘째 딸도 입시준비가 정신없어 올해는 오늘까지만 내가 후원하는 보육원에 봉사를 간다고 하니 든든히 먹여야겠다.아직은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보육원 아이들의 소소한 물품과 독립하는 아이들의월세 보증금 정도밖에 지원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당역 근처 오피스텔건물이완공되면 거기에서 아이들이첫걸음을 내디뎌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재단설립도 잘 진행 중이니 그간 열심히 번 돈 신나게 쓸 기대로 두근거리는 요즘이다.
올해로 만 50세. 결혼은 곧 20년이 꽉 채워진다.
지금까지 열심히 벌었고 모았고 불렸다.
08년도 결혼할 때 자산이 18년이 되자 4배가 되었고
28년이 되니 또 그 4배가 되었다. 매달 들어오는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의 2배를 넘겨서 이제는 둘 다 불리는 노력은 멈추기로 했다. 돈이 선이 아니고 돈을 잘 쓰는 것이 선임을 알기에.
남편도 나도 물욕은 없어 쓰는 건 한계가 있다. 이제 반쯤 남아있을 우리 인생은 베푸는 재미로 의미를 찾으며 살아보고자 한다.그리고 그것이 우리 노력보다 몇 배 더 큰 결실을 맺도록 도와준 하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믿는다. 우리가 후원하는 보육원에서 경제교육도 하고 그 아이들의 자립을 도울 각종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닌데 돈 되는 일보다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