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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Nov 06. 20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평범함

글쓰기에 앞서 배운 감사

10월 10일 오전 10시경 숫자에 홀린 건지

두 번의 연휴 끝에 정신줄을 놓았는지

무턱대고 18만 원 결제를 해버렸다.


나에게 18만 원은

겨울코트에는 흔쾌히 지불할 수 있지만

티셔츠는 절대 살 수 없고,

질과 디자인이 좋은 니트라면

많은 고민이 필요한 그런 돈이다.

그런데 슬초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라온 은경쌤의 유혹에,

일상에 지쳐있던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이건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네이버머니를 충전했다.


다시 보니 분명히 상품명에도

상품소개에도 '브런치작가지원'이라고

떡하니 있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보였는지

브런치 작가들만큼 필력을 올리는

방법과 기술을 배우는 강의라고 생각했다.

첫 주부터 숙제가 범상치 않았다.

글을 어떻게 쓰는가가 아닌

브런치지원을 위한 숙제들이다.

어.. 어... 이 게 아닌데... 싶지만

이미 버스에 탔고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는 어마한 속도로 탑승객 전원

브런치 작가만들기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버스에 탄 예비작가들 중 상당수는

저세상 텐션으로 열정을 쏟고 있었다.

성시경콘서트인 줄 알고 갔는데

싸이의 흠뻑쇼 한가운데 느낌이랄까.

첫 2주간은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신없던 회사일을 하고

그 일이 마무리될 즘

나는 두 번째 코로나,

이틀 후 1호 아들의 A형 독감확진에,

그간 코로나슈퍼면역자인 줄 알았던

2호 딸아이마저 코로나에 걸렸다.

한 주간 정신없이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회사일이 끝나면 브런치에 열중해서

대충 끝낸 1주 차 숙제도 다듬고

2주 차 숙제도 정성 들여야지라는 계획은

타이슨의 명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도

엄마의 계획은 처맞을 수 있다.


다행히 또 감사하게도 건강한 아이들은

하루이틀 아프고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와 주었고

나도 회복되어 버스 분위기를 타보려했다.

성시경은 아니지만 싸이콘서트에 왔으면

신나게 놀아보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싸이가 어마하게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조명과 물총도 쏘아대고

어차피 물에 젖은 거 나도 놀아보자.

꽉 찬 콘서트 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거기서 노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 바닥은 어떤 바닥인지 알아보려고

브런치스토리를 둘러봤다.

그간 브런치 글이라고는

누가 준 링크로 한 두 개 읽은 게 전부였다.

사실상 브런치란 존재만 알고 있었지

구경도 해본적이 없는 것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은

나를 삽시간에 쪼그라트렸다.

수많은 출간 작가님들,

진심으로 존경하는 김주환교수님,

래퍼급 라임力을 가지신 유영만 교수님,

전 국민의 고민상담소인

법륜스님까진 그렇다 칠 수 있다.

그 외 전문직들의 전문성에도

덤빌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사람들이

시누가 8명이라거나,

아이가 다섯이나 여섯즘 된다거나,

세계 각국의 여행기나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사랑과 전쟁이 울고갈 부부스토리,

사업의 흥망성쇠,

이혼, 사별, 투병기, 간병기,

부모의 정신적 학대의 아픔,

아픈 자녀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

감탄과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글들을 보며

싸워보지도 않고 졌다.




예쁘지도 않지만

길가다 뒤돌아볼 만큼 못생기지도 않았고,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비키니를 입을 기세는 없지만

래쉬가드 정도는 당당하게 입을 수 있다.

수재도 아니지만 둔재도 아니라 믿는다.

양가부모님 다 건강하시고,

남편과 사이도 좋고,

중1아들의 사춘기는

진라면 순한맛보다도 순한 맛이며,

오빠와 초4여동생 남매의 우애도 좋다.


한없이 보통에 가까운 평범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평범함.

베스트셀러 책제목으로 나를 포장해 봐도

재미와 의미를 넣기 쉽지 않다.

그 간 매일매일 너무도 감사했던

내 인생과 내 일상이지만

앞으로 쓸 글들은 막막하다.


걱정을 하다가 그 걱정이 바닥을 치면

내 최고의 무기 긍정성이 나를 끌어올린다.

"뭐 글 쓰자고 인생 힘든 거보다는

감사하며 살며 힘들여 글을 쓰는 게 낫지!"

은경샘도 2주 차특강에서

평범하게 밋밋하게 산 분들이

제일 부럽다 하시지 않았는가.

나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은경샘이 부러워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누군가 우월해서 부러워질 때마다

평범한 게 더 어렵다며 정신승리해 온 나다.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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