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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Jan 25. 2024

'언제라도 라디오'의 봄DJ입니다.

가볍고도 무거운 비밀

누군가가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입니다. 나를 굉장히 신뢰하기 때문에 비밀을 말해주는 것이므로 기분이 좋지만, 비밀을 꼭 지켜야 하는 부담감은 상당히 무겁기 때문이죠. 주의를 기울여 기억해두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친구의 비밀을 발설하게 될 수도 있어서 그 비밀을 지킨다는 것에 꽤나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비밀이라고 말한 것을 그 사람이 악의는 없지만 실수로 말해버려서 당황했던 일이 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말했다면 그건 절대 비밀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혹은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나요? 나만의 비밀이란 나만의 추억일 수도 있고, 나만의 상처일 수도 있고, 나만의 부끄러움일 수도 있겠지만, 비밀이 없는 사람보다는 더 풍성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지도 모릅니다.


2024년 1월 25일 '언제라도 라디오'의 봄디입니다. 오늘은 이적의 ‘뿔’로 시작해 봅니다.


https://youtu.be/BZ-qxGzbnK4?si=yc49a-yGAqXFKT9_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가사를 들으며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경험을 했었어요. 머리에 뿔이 나는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을 ‘나만이 간직한 비밀의 즐거움’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내용이 참신하기도 하고 비유지만 누구에게나 뿔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오늘은 비밀에 관련된 사연이 몇 개 도착해 있어서 비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럼 청취자들의 사연도 한번 만나볼까요?

첫 사연은 강서구에서 고등학생 S양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봄D님은 누군가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어요. 남들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인 줄 모르고 모르는 척해서 혼자만 모르는 사람이 되었죠. 그때는 정말 왕따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타인의 비밀을 제것처럼 소중히 했었는데 친구들이 저 같지는 않더군요. 제 비밀은 제 입을 떠난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제 입을 떠난 말은 머지않아 제 귀로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너한테만 하는 이야기야. 비밀 꼭 지켜줄 수 있지?"라고 시작된 이야기가 며칠 지나 다시 제 귀로 들어온 날, 그  한 명의 친구와 절교를 생각했어요.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지? 하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 다음 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한테는 비밀 이야기 하지 마. 비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나를 짓눌러서 누군가 한 명한테라도 털어놓게 돼. 내가 말한 그 친구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네가 나에게 느끼는 배신감이라고 생각하니 너에게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꼭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저는 이 친구를 용서해야 할까요? 일단 시간을 달라고는 했는데 친구의 사과를 들으니, 그래, 나도 내 비밀을 못 지키는데, 남의 입을 어찌 단속하겠나 싶기도 합니다. 이 친구 용서 해줄까요?

사연자가 고등학생인 거 같은데 고등학생끼리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에 정말 어른스러운 통찰을 한 듯해요. 저도 사연자와 비슷한 일을 경험해서 혼자만 모르는 바보가 되었던 상황도, 내 비밀이 모두가 다 알고있는  황당한 일도 겪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용기 내어 용서를 구하니 다시 친구로 지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사과와 사죄도 용기가 필요한데 어른들도 힘든 그 용기를 친구분은 낸 듯 합니다. 그런데 친구의 부탁대로 밖으로 새어나가길 원치 않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신청곡을 보니 다시 한번 정말 고등학생이 맞는지 의심이 가네요. 아, 친구에게 하는 경고인가 봅니다. 하하하. H 씨의 신청곡 나갑니다.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https://youtu.be/cSR-LBBuXQc?si=nlBBo-i1Xone2H69



두 번째 사연은 경기도 하남에서 대학생 M 씨가 주신 사연입니다.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그 친구의 비밀에 대한 사연인데요.

안녕하세요? 저에겐 이젠 연락할 방법이 없는 친구가 있어요. 전화번호도 바꾸어 버리고 SNS도 모두 폐쇄해 버려서 연락을 할 수가 없어요. 참으로 성실하고 단정하고 그러면서도 엷은 미소가 너무도 예뻤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아버지가 유명인이에요. TV와 여러 방송매체에 출연하고 계시는 분이죠. 이 친구네 집에서 가족사진도 봤어요. 그런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아버지의 공개된 가족에 내 친구와 친구어머니는 없어요. 어느 날 그 아버지가 새로 꾸린 가정이 공개되면서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어요. 이 친구와 연락이 끊기고 검색해 보니 그분의 첫 이혼은 제 친구가 태어나고도 몇 년 뒤였더라고요.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이유가 그 아버지 때문인 거 같아서 그분이 웃으면서 방송을 하는 것을 채널을 돌리다가도 보게 되면 화가 나서 참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제 용기가 모자라서 맞서 싸울 용기도 없어요. 전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등 유명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부끄러운 짓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된 줄 알았어요. 누구나 손끝에 카메라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데 어찌 부끄러운 비밀이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설령 제가 싸운다고 해서, 그 싸움이 그 친구를 찾아 줄 거 같지도 않고, 그런 싸움을 친구가 원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싸움으로 제 친구가 얻는 것이 있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여 그 싸움이 어린아이가 있는 다른 가정을 깨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버지의 뻔뻔함이 너무 싫어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대할지 조언 부탁드려요.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나면 저도 잊고 살겠지만 그 친구의 선한 눈매가 떠오를 때마다 괴롭습니다.


와, 두 번째 비밀은 비밀이 무겁다 못해 버겁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도 섣불리 조언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 지혜를 구해볼까요? 라디오어플이나 #0000으로 문자 보내주시면 실시간으로 메시지 보내주실 수 있습니다. 사연자분께서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듣고 올게요. 메시지(댓글)로 많은 지혜와 조언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hz6N5T9RCgQ?si=H9-1RAKf7mdTZ8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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