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도 무거운 비밀
봄D님은 누군가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어요. 남들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인 줄 모르고 모르는 척해서 혼자만 모르는 사람이 되었죠. 그때는 정말 왕따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타인의 비밀을 제것처럼 소중히 했었는데 친구들이 저 같지는 않더군요. 제 비밀은 제 입을 떠난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제 입을 떠난 말은 머지않아 제 귀로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너한테만 하는 이야기야. 비밀 꼭 지켜줄 수 있지?"라고 시작된 이야기가 며칠 지나 다시 제 귀로 들어온 날, 그 한 명의 친구와 절교를 생각했어요.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지? 하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 다음 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한테는 비밀 이야기 하지 마. 비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나를 짓눌러서 누군가 한 명한테라도 털어놓게 돼. 내가 말한 그 친구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네가 나에게 느끼는 배신감이라고 생각하니 너에게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꼭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저는 이 친구를 용서해야 할까요? 일단 시간을 달라고는 했는데 친구의 사과를 들으니, 그래, 나도 내 비밀을 못 지키는데, 남의 입을 어찌 단속하겠나 싶기도 합니다. 이 친구 용서 해줄까요?
안녕하세요? 저에겐 이젠 연락할 방법이 없는 친구가 있어요. 전화번호도 바꾸어 버리고 SNS도 모두 폐쇄해 버려서 연락을 할 수가 없어요. 참으로 성실하고 단정하고 그러면서도 엷은 미소가 너무도 예뻤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아버지가 유명인이에요. TV와 여러 방송매체에 출연하고 계시는 분이죠. 이 친구네 집에서 가족사진도 봤어요. 그런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아버지의 공개된 가족에 내 친구와 친구어머니는 없어요. 어느 날 그 아버지가 새로 꾸린 가정이 공개되면서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어요. 이 친구와 연락이 끊기고 검색해 보니 그분의 첫 이혼은 제 친구가 태어나고도 몇 년 뒤였더라고요.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이유가 그 아버지 때문인 거 같아서 그분이 웃으면서 방송을 하는 것을 채널을 돌리다가도 보게 되면 화가 나서 참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제 용기가 모자라서 맞서 싸울 용기도 없어요. 전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등 유명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부끄러운 짓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된 줄 알았어요. 누구나 손끝에 카메라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데 어찌 부끄러운 비밀이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설령 제가 싸운다고 해서, 그 싸움이 그 친구를 찾아 줄 거 같지도 않고, 그런 싸움을 친구가 원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싸움으로 제 친구가 얻는 것이 있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여 그 싸움이 어린아이가 있는 다른 가정을 깨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버지의 뻔뻔함이 너무 싫어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대할지 조언 부탁드려요.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나면 저도 잊고 살겠지만 그 친구의 선한 눈매가 떠오를 때마다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