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라도봄 Feb 25. 2024

새학기, 아이가 먼저 찾는 문제집

교과서 어휘와 예습, 두 마리 토끼 잡는 문제집을 소개합니다.

떡국과 함께 즐겁게 나이를 먹는 아이를 보면 무탈히 잘 자라고 있음에 가슴이 벅차고 절로 감사기도가 나온다. 그러나 그 감동을 온전히 누리기엔 나이와 함께 바뀌는 학년의 숫자만큼 학부모로서의 부담은 무거워진다. 새 학년 새 학급에 잘 적응할지, 학교수업은 잘 따라갈지에 대한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어떤 학원을 보낼지 어떤 문제집을 추가하거나 뺄 건지 엄마의 의무인지 간섭인지 구분하기 힘든 아이 공부에 관한 고민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큰  아이가 초등 3학년이 되던 해 갑자기 늘어난 과목에 괜히 내 어깨도 묵직해졌었다. 초등교사인 친구의 말로는 아이들이 한자의 글자에 담긴 의미를 모르니 등고선을 둥고선이나 등구선등으로 쓰는 경우가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등고선의 등이 등호라는 수학에도 나오는 등자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미분과 적분도 미와 적이 어떤 한자인지만 알아도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귀신으로 보이진 않을 거다.


미리 받은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들을 목록으로 만들고 그 의미를 짚어주었다. 특히 한자어로 된 어휘들에 집중했다. 한 글자 한 글자의 한자와 그 한자의 의미를 아는 것이 어휘력확장에 매우 큰 힘이 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핑계 많고 저질 체력인 워킹맘이라 매 학기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려치우지 않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칭찬해 가며 근근이 2년을 했다.


그런데 둘째가 예비초 3이 되면서부터 두 명의 교과서 어휘를 챙기기가 만만치 않았다. 어리석게도 첫째 때 만들어둔 목록도 보관해두지 않았다. 이런 책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유명한 교사도 아닌 그냥 동네아줌마에게 누가 그런 책을 내자 하겠는가? 하기 싫어 꾀가 나고 기운이 빠져갈 즘 EBS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


[EBS 어휘가 문해력이다]는 각 학년 학기별로 한 권씩 나온다. 한주에 5회분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의 어휘와 한자어휘와 어휘력테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총 4주 치로 20일 혹은 24일이면 끝낼 수 있으므로 짧으면 한 달, 격일로 풀어본다고 해도 두 달 정도면 한 권을 끝내고 한 학기의 교과서 개념어에 대한 예습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만 풀라고 던져놓기보다 나오는 단어들에 대해 부모와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기를 추천한다. 눈으로만 보고 익힌 것보다 엄마와 혹은 형제자매와 이야기 나눠본 것은 훨씬 오래 기억하기 쉽다. 같이 인터넷사전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포털 국어사전은 한글로 단어를 찾으면 한자도 나오고, 그 한자를 클릭하면 바로 그 한자가 어떤 한자인지도 나온다. 또 그 한자가 들어간 다른 단어나 성어까지도 보여준다. 단어 하나가 친구 여럿을 데리고 다.


예를 들어 3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이산가족'의 한자를 보면 떨어질 이라서 이별, 이혼, 분리, 격리라는 말에도 쓰이는 걸 보여준다. 흩을(흩어질) 산은 분산, 확산, 산만에도 들어가는 것도 흘려주는 거다. 또 이유식이란 말도 젖(유)과 떨어지는(이) 식사여서 붙여진 거라고 말하며 이건 모르는 어른도 많다고 덧붙여 알려준다. 어른들도 잘 모른다는 말에 밤에 아빠가 오면,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아이들은 어깨 으쓱한 퀴즈타임을 가진다. 공대출신 아빠가 틀려도 신나고 맞추면 뿌듯한 저녁시간이 되는 건 덤이다.


작은 아이 3학년 큰 아이 6학년부터 시켰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 힘들이지 않고 단어 공부만 조금 했는데 학교수업을 이해하기가 엄청 수월해져서 좋다면서 매 학기 시작 전에 아이들이 먼저 사달라고 하는 문제집이 되었다. 예습을 하면 수업이 너무 재미없어지고 단어만 알고 가는 게 딱 좋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한자까지 읽고 쓸 줄 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도’라는 발음을 가진 한자에는 그림, 칼, 길 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림 도를 알고 초식동물의 초가 풀 초, 곤충의 충이 벌레 충인 걸 알면 역사시간이나 미술시간에 나오는 ‘초충도’라는 단어가 전혀 어렵지 않게 기억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지적이라는 칭찬에

쉬운 여자가 아니라고 발끈하는 딸이 되지 않도록,

존엄하다를 존* 엄하다로 생각하는 아들이 되지 않도록 이번 학기도 열심히 어휘력을 장착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반대표는 제가 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