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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Feb 25. 2024

3월, 새로운 모든 시작을 응원하며.

[프롤로그]

한국인은 삼세판을 좋아해서일까. 우리는, 특히 학생이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매해 세 번의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전세계인이 공통으로 맞이하는 1월 1일의 첫번째 결심이 작심삼일로 무너졌더라도 우리에게는 까치설날의 다음날인 음력으로 맞이하는 우리의 설날이 또 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동양의 지혜랄까? 그러나 이 두 설날들은 길고 긴 겨울방학, 혹은 봄방학에 끼어 있어서 보통의 의지로는 그 새해 결심을 지켜내기가 힘들다.


학생들도 학부모도 방학과 새해를 새롭고도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성적의 급상승기, 역전의 기회, 다독의 시간, 인생의 터닝포인트까지 웅장한 가슴으로 시작한 겨울방학과 새해결심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속도가 느려지기도 방향이 틀어지기도 한다. 학교도 가지 않고, 밤이 긴 겨울방학은 계획대로 알차게 보내지 못하는 게 어쩌면 더 인간적인지도 모른다. 학부모들도, 특히 엄마들의 현실은 매일 돌밥(돌아서면 밥때)을 돌려막으며 돌아버리지 않고, 아이와 싸우지 않으면 성불과 같은 성공이라 부르고 싶어 진다. (새삼 배민도 밀키트도 쿠팡도 없던 시절, 방학 동안 세끼밥과 간식까지 해주셨던 우리 어머니 세대들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렇게 새해결심이 느슨해지는 시기이지만 우리에겐 또 한 번의 스타트라인이 남아있다. 3월! 새 학년과 새 학기의 시작! 개인적으로는 예뻐라 하는 조카 둘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꼬물꼬물 귀여운 손가락을 꼭 오므려 내 검지손가락을 움켜쥐던 두 아가가 훌쩍 커서 학교를 간다. 우리집 아이들이 많이 커서인지 아직 아기 같은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가는 게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또 우리집 아이들도 드디어 학교에 간다. (이보다 가볍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3월의 시작은 기분 좋게도 남아있는 올해가 딱 열 달, 300여 일이라는 것도 왠지 딱 떨어지는 숫자에, 열두 달 365일보다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에 새로 시작하기엔 딱이다!


사실, 언제든 내가 마음먹은 날이 있다면

우리는 '오늘부터 1일'이지만,

다 같이 시작하는 삼세판의 마지막 시작,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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