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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Feb 25. 2024

꽃피는 3월에 운동을 시작합니다

진짜 합니다

나만큼 뭔가를 빨리 그리고 자주 시작하는 사람도 드물 거라고 확신한다. 일례로, 동생이 링크 두세 개 보낸 후, '어떤 게 더 좋은 거 같아?' 물어보기도 전에 첫 번째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결제를 끝내고 '결제완'을 보낸다. 챗봇 알림처럼 동생한테 뭔가를 하자는 톡을 수시로 날린다. 하나를 시작했다가 다른 게 좋아 보이면 그것도 하는 멀티시작도 잘한다.

동생 : 이거 어때?
나    : 결제했어


대충 이 정도면 이 사람 장고 안 하고, 결정 빠르고,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구나 파악이 됐을 거다. 그런 내가 진짜 결심만 하고 시작을 못하는 일이 있으니, 운동되시겠다. 명절이 지나자 동생의 카톡을 호기롭게 쳐낼 때와는 다르게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다. "띵동! 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습니다! 현재 상태로 건강검진을 가시겠습니까?" 구정 연휴에 급격하게 불은 살 때문에. 꽉 끼는 청바지 때문에. 화장해도 안 예쁘기 때문에. 올해 건강검진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려고 매일 앉아있으니 체력이 안되기 때문에. 글쓰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이은경 선생님 말에 절감하기 시작한 거 보면 나 좀 쓰는 거 같기도.


'동생아, 이런 카톡은 구정 지나고 보냈어야 했어'라고 니 탓 그만할 거야. 내가 안 한 거지. 알아. 3월에 걸어가마.


시작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거였다니, 도대체 왜 시작을 못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를 떠올리는 의식의 흐름은 뭘까. 생각나면 들어야 하는 성격에 유튜브에사 시작으로 검색하니 바로 나온다.


니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생각 나는 사람운동이 언제나 나였으면 내가 늘 그렇듯이

니가 힘들어 지칠 때 위로받고 싶은 사람운동이 바로 내가 됐으면 내가 늘 그렇듯이

하지만 넌 모른거야 뜻 모를 그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걸

이제는 걱정하지 마 한땐 나도 너만큼 두려워한 적도 많았으니

조금씩 너를 보여줘 숨기려 하지 말고 내가 가까이 설 수 있도록


와! 운동이 나한테 말을 거네? 나 정말 아침에 눈 떠서 처음 운동을 생각하면 좋겠고, 힘들고 지칠 때 운동으로 위로받고 싶다. 운동하며 더 힘차게 살아가고 싶은데 솔직히 정말 걱정돼. 운동하다 다시 허리 아파질까 봐도 무섭고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고 또 포기할까 봐 두려워. 이번에 포기하면 정말 많이 힘들 거 같거든. 나 이런데도 가까이 와줄래? 내 안에 숨어있던 약하디 약한 아이가 소리를 내어본다. 나 진짜 할 수 있을까?



그대로 멈춰 숨을 들이쉬며 생각해 뭘 원하든지 천천히 고민해 봐도 돼
지겨워 매일 똑같은 오늘을 보내고 괜찮아지길 바라지만 조금도 변한 건 없어
누가 뭐래도 괜찮아 다른 시선은 상관없어 점점 네 맘에 문을 더 열어줘
자 시작할 거야 지나간 것은 이제 모두 뒤로
넌 괜찮을 거야 늘 그렇듯 처음은 좀 두렵지만
어제보단 오늘 내일보단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어
사랑하는 모든 걸 지킬 수 있게 근사해지길 난 기도해
누가 뭐래도 괜찮아 다른 말들은 상관없어 점점 마음의 문을 더 열어봐
뻔하디 뻔한 기준을 네게 강요하려 해도 알고 있잖아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순 없는걸
뭐 같지도 않은 헛소리는 보란 듯이 치워버리고 점점 마음의 문을 더 열어봐
자 시작할 거야 지나간 것은 이제 모두 뒤로
넌 괜찮을 거야 늘 그렇듯 처음은 좀 두렵지만
Look at the star in the sky
Then open the door in your heart
Let's get it started
Push & pull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가 끝나자 새로운 노래가 재생된다. 누가 내 머리에 칩을 심어 놓아 놓고 유튜브를 재생한 듯 김필이 댄디한 목소리로 내 시작을 응원한다. 이 남자 '걱정 말아요 그대' 부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처음에는 고민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다독여 주더니 내 마음의 문을 열란다. 그리고는 시작할 거래. 아 끌린다. 심지어 내 행복도 빌어주고 Let's get it started로 마무리를 한다. 이 정도면 그대가 나의 트레이너입니다.



눈을 떠 보니 모든 게 달라졌죠 내 몸과 마음 철부지 같았던 웃음까지

거울 속에는 낯선 누군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봐요 이 아침이 내겐 너무 커요

두렵지는 않아요 잘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자꾸만 떨려오는 맘은 왜 이렇죠

기다려 왔던걸요 매일밤 기도했죠 하지만 왠지 나 어디로 숨고만 싶어 져요

아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나요 투정 부리던 둥지 속 아이는 없는 거죠

거센 바람에 나 홀로 일어서 봐요 푸른 하늘에 내 손이 닿을 듯해요

나의 마음이 이만큼 커진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난 오늘 또 다른 세상 빛나는 아침에 모든 게 아름답죠

새로운 날 봐요


나의 운동 시작을 이렇게 응원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으니, 반드시 3월 운동을 시작하겠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김동률의 시작을 듣고야 말겠다!

그래서 무슨 운동을 할 거냐면......

아직 2월이잖아!! 눈도 왔는데 몸풀기로 손가락 운동부터 좀 하고자 눈밭에 시작을 끄적여 봤다.

분명 댓글에 식단의 중요성이 달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개월치 선식 60포. 그나저나 선식 먹고 운동 가면 되는 건가요, 와서 먹으면 되는건가요? 운동은 아침에 걷기로 시작할겁니다.


https://youtu.be/0YEUIx72X9U?si=dmE-Ogm4mqT-2y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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