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UX디자인을 적용했더니
나는 UX디자이너다. UX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타인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5살 배기 아들을 키울 때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UX디자인에서 배운 스킬을 사용한다. 아이는 궁금증이 많다. 그래서 대화를 하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몇 달 전 일이다. 질문이 시작됐다.
"아빠 저 건 뭐야~" "그럼 저 건 뭐야?" 저건 뭔데? 이건 왜 이래? 저건 왜 그래?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5분이 10분이 되고, 20분이 되면 꽤 지친다. 어떻게 하면 대화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내 체력을 아낄까 고민했다. 정답은 Indepth Interview에서 활용하는 6Why 기법을 역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들) 아빠 이건 왜 이래?"
"(나, 답을 말하지 않고) 글쎄~, 00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들 순간 당황) 응, 그건 색깔이 빨개서 그런거야."
"(나) 색깔이 빨가면 왜 그런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 질문자는 내가되고 답변자는 아들이 되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런 방법이 몇 개월 되니 최근 아들이 말하는 문장 수준이 올라간 걸 느낀다.
"엄마, 오늘 아침에 나 낮잠 잘 자면, TV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던 것 같은데?" 예전 같으면 "TV 보여줘" 라고 무조건 우길텐데, 최근엔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들어 말을 한다.
좋은 직업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