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erux Sep 22. 2016

직업병

육아에 UX디자인을 적용했더니

나는 UX디자이너다. UX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타인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5살 배기 아들을 키울 때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UX디자인에서 배운 스킬을 사용한다. 아이는 궁금증이 많다. 그래서 대화를 하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몇 달 전 일이다. 질문이 시작됐다.

"아빠 저 건 뭐야~" "그럼 저 건 뭐야?" 저건 뭔데? 이건 왜 이래? 저건 왜 그래?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5분이 10분이 되고, 20분이 되면 꽤 지친다. 어떻게 하면 대화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내 체력을 아낄까 고민했다. 정답은 Indepth Interview에서 활용하는 6Why 기법을 역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들) 아빠 이건 왜 이래?"

"(나, 답을 말하지 않고) 글쎄~, 00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들 순간 당황) 응, 그건 색깔이 빨개서 그런거야."

"(나) 색깔이 빨가면 왜 그런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 질문자는 내가되고 답변자는 아들이 되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런 방법이 몇 개월 되니 최근 아들이 말하는 문장 수준이 올라간 걸 느낀다.


"엄마, 오늘 아침에 나 낮잠 잘 자면, TV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던 것 같은데?" 예전 같으면 "TV 보여줘" 라고 무조건 우길텐데, 최근엔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들어 말을 한다.


좋은 직업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찰과 통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