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내 품을 떠난 지갑이 다시 돌아오다.
이번 주에 겪은 일이다. 땅에 지갑을 두 번 떨어뜨렸다. 한 번은 회사 1층에서 사원증을 찍고 나오는 길이었다. 점심 약속이 있어 1층에서 후배를 기다렸다.
"00 책임님, 지갑 떨어뜨리셨어요.~" 부서에 있는 다른 후배가 떨어진 지갑을 건네줬다. 휴대폰과 함께 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휴대폰을 꺼내면서 떨어뜨렸나 보다.
두 번째는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다. 날씨가 쌀쌀해 얇은 잠바를 입고 출근했다. 퇴근 길은 잠바를 입을 정도는 아니어서 지하철에서 잠바를 둘둘 말아 손에 쥔채로 자리에 앉았다. 지갑은 잠바 안주머니에 있었다. 하차할 역에 도착했다. 앉은 자리에서 주섬주섬 가방을 둘러메고, 잠바를 들고 내렸다.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갑 떨어뜨리셨어요" 내 건너편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지갑을 플랫폼 밖으로 휙 던졌다. 고맙다는 말할 새도 없이 지하철 문이 닫혔다.
아직 세상은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왜 두 번이나 비슷한 실수를 한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주의도 있겠지만, 그럴 빌미를 내가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번째 실수는 애초에 휴대폰과 지갑을 서로 다른 주머니에 넣었으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였고, 두 번째는 잠바를 둘둘 말기 전 지갑을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으면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큰 길로 다녀라"
인생은 불확실함의 연속이다. 더 운이 좋았다면 두번 다 지갑을 떨어뜨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행동으로 지갑을 떨어뜨릴 확률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내 주변 환경에서 리스크를 높이고 있는 나의 다른 행동은 없는 것일까?
[스틱]의 저자 댄히스/칩히스 형제가 쓴 [자신있게 결정하라]라는 책에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활동한 반 헤일런이라는 록밴드가 있었다. 이 밴드의 무대 설계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했다. 그래서일까? 계약서에는 무대 설치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 계약서에는 M&A초콜릿이 가득한 유리 단지를 준비하되 갈색 초콜릿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바쁜 공연일정으로 무대 설치가 완벽하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저 무대 뒤에 가서 갈색 초콜렛이 들어있지 않은 M&M 유리 단지만 확인하면 되니까. 무대가 완벽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위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조기에 확인하는 방법이 보다 나은 방법인 것이다.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엔 지갑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번 주에 일어난 두 번의 사건으로 내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