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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Sep 13. 2016

관찰과 통찰

관찰 고찰 그리고 통찰

UX 디자인을 하다보면 사용자를 관찰할 일이 생긴다. 몇 년 전 일이다. 국세 시스템 개선 파일럿 프로젝트였다. 국세청 직원들의 업무를 관찰할 일이 생겼다. B2B UX디자인을 하다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 때가 그랬다. 관찰은 허용하지만 인터뷰는 허락되지 않았다. 바쁜 업무를 방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평소보다 더 집중하여 관찰했다.


직원들이 어떤 화면을 사용하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그 당시 분위기는 어떠한지,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 지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많은 팩트를 수집했다. 시스템 화면을 녹화하고, 일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었다. 노트에 기록도 했다. 하루의 관찰을 마치고, 며칠간 그 때의 사실들을 분석했다. 혹여 놓친 부분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눈빠지게 영상을 돌려봤다.


UX디자인을 하다보면, 그래서 인사이트(통찰)는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관찰을 하면 통찰이 생기나? 어떻게 관찰을 해야 통찰이 생기나? 그 당시엔 인사이트라고 할만한 확 와닿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관찰을 했는데, 왜 통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을까? 경험 부족이기 때문일까?


뇌과학 분야에 번뜩임 실험이라는 연구가 있었다. 8시간 정도 고민 후, 수열의 답을 적는 문제였다. 응답자를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눴는데, 한 그룹은 낮동안 고민하고, 두 번째 그룹은 잠자기 전에 문제를 보고 여덟 시간 취침 후에 일어나자마자 답을 적고, 세 번째는 밤중에 문제를 보고 밤새 문제를 고민한 그룹이었다.


결과가 어떨까? 연구결과 정답률은 A/C그룹은 20% 정도이고, 수면을 취한 B그룹은 60퍼센트에 달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우리의 뇌가 무의식 가운데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 말한 번뜩임이 통찰인 셈이다.

(Reproduced by permission from Wagner U. Sleep inspires insight)


그 당시도 그랬던 것 같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1주일의 분석을 했을 때였나? 아하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 다른 주변 문제가 그들의 업무 효율을 더 방해했다. 작은 모니터 크기, 두/세 개의 자료를 동시에 대조하는 모습, 비교의 편의를 위해 화면의 색상을 달리하기 등등 스쳐지나갔던 사실들이 하나로 꿰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관찰에서 통찰로 이르는 길에 다른 뭔가가 하나 더 있던 것이다. 그 때는 그냥 막연히 떠오른 무엇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고찰인 것 같다. 관찰한 팩트를 곰곰히 생각해보는 고찰, 내가 잘 때 나의 뇌는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고찰한 것이다.


우리는 통찰을 우습게 생각할 때가 많다. 그거 누가 생각못해 하는 사례들 말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다. 최근엔 테슬라가 그런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뒤에는 고찰이라는 오랜 숙성 기간이 숨어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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