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작년 서점가를 휩쓴 책이다. 3대 심리학자 중 하나인 아들러의 이론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쉽게 풀어냈다. 대화형태다 보니 감정이입이 쉽다.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청년에 빙의됐다.(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진행됨) 어떻게 해야 철학자의 논리를 깰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책 내용이 술술 들어왔다.
나는 중학교 시절 마른 체형과 긴 얼굴로 인해 말(horse)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로 인해 일종의 외모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조금은 주눅들고, 앞에 나서려 하지 않은 것이다.
아들러가 소개하는 열등감 해소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이 쪽에 해당하는 편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운동을 다녔고, 다부진 몸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얼굴이 길다는 놀림보다는 몸이 좋다는 칭찬을 더 많이 받았다. 만약 그 때 나보고 운동을 다니자고 조르던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성적인 나는 누군가 외모로 나를 비난할 때 더 짜증을 내고 외출하기도 꺼려했을 것이다.
아들러는 이렇게 후자에 해당하는 모습을 열등감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열등감 그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열등감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 아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마 아기가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수백번 넘어져가며 일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말도 배울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보면 아기는 열등감 덩어리니까.
하지만 반대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열등감이 나를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난 외모가 딸리기 때문에 연애도 못할거야. 말 주변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을거야 등등이라는 이유로 점점 더 자신을 격리하게 된다. 열등감을 이용하여 변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
아들러는 이러한 행동양식을 갖는 사람을 위한 심리학인 것 같다. 본인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지극히 평범하여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만 하다.
책은 나의 통념을 계속하여 뒤집었다.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다
위의 말이 왜 나온 것일까? 타인에게 미움받게 막되먹게 행동하라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만 행동하면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책의 주장을 빌면 행복해지려면 '자유'가 필요한데,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그 자유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다. 아들러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를 부정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칭찬을 받기 위해 수학, 영어 문제를 풀고, 직장에 와서는 상사의 칭찬을 받기 위해 늦은 야근을 불사한 내 모습이 바로 전형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그 당시엔 자각하지 못했지만, 나는 내 과제를 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과제를 하고 있던 것이다.
뭔가 행복한 듯 하면서 2퍼센트 부족했던 내 마음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칭찬한다는 행위엔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 없는 사람에게 내리는 평가라는 측면이 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에겐 6살된 아들이 있다. 아들에게 "잘했어", "Good Job", "역시 똑똑해" 이런 말을 곧 잘 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이게 다 잘못된 말이다. 저런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저 좋기만 할까? 의도가 있던 없던 나도 모르게 아들을 평가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일까, 이 책을 본 뒤 유심히 아들을 관찰하니 뭔가 행동을 하고 난 뒤 내 눈치를 본다. 나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본인 스스로 즐거워서 해야할 놀이와 행동들이 누군가의 칭찬을 기대하고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비슷한 실수를 지금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