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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Aug 18. 2018

적정 지식의 중요성

치과의사 피트씨의 똑똑한 배당주 투자

나는 공학을 전공했다. 공학은 기존의 이론적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때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대학생 때는 미처 몰랐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두 가지 사실은 확실히 깨달았다. 한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너무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을 이해한다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현실의 문제는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와 개념들로 뒤섞여 있고 수많은 제약이 함께 한다. 예를 들면, 벽에 못을 박는다고 하자. 벽의 재질, 벽지의 상태, 못의 종류, 망치 유형, 못을 박는 시간대(저녁에 못을 박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 꽤나 많은 변수와 개념, 상황을 고려해야, 못을 제대로 박을 수 있다.(몇년 전 나는 결국 못을 제대로 박지 못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 중 어느 변수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실수가 일어난다. 콘크리트 벽에 일반 못을 넣으려고 하면, 못을 박을 수 없다.(난 그것도 모르고 애꿎은 못을 탓했다.) 콘크리트가 못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벽은 석고 벽에 비해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난 그것도 모르고 10분 동안 벽을 두드렸다.) 아파트에 산다면 입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민원이 들어오기 십상이다.(다행히 많은 사람이 외출했을 법한 토요일 오후에 하긴 했다.)


못을 박는 단순한 행위도 보기 보단 쉽지 않다.


너무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적정한 선에서 멈춰야 함을 의미한다. 못을 박기 위해서, 못의 종류를 이해하는 것은 좋으나 못이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 못의 종류에 따른 재료의 조합까지 알 필요는 없다. 아마 이런 공부를 다하고 못을 박으면,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공학에서는 오버엔지니어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섣부르게 투자를 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신중하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투자에 필요한 적절한 개념과 지식, 방법을 얄려준다.

출처:리디북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늘 내가 가진 돈을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주식 관련 서적도 읽어보고, 재테크 서적도 읽어보고, 구루들이 썼다는 책도 읽어보고, 경제 전문가가 쓴 책도 읽어봤다. 


읽을 때는 무엇인가 알 것 같은 느낌은 들었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응용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나는 감으로 투자를 하고 있었고, 손실이 나도 그냥 바라봤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제대로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했고, 나에게 필요한 적정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냥 읽었던 것이다. 책들을 통해 익혔던 개념은 제대로 된 이해없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난 운전하는 법도 모른채, 엔진의 원리를 배우고 있던 셈이었다.


'똑똑한 배당주 투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배당주 투자 기법을 소개한다. 배당이라 하면, 기업이 창출한 수익 중 일부를 해마다(물론 일부 회사는 한 해에 여러 차례 배당을 하기도 한다. 보통은 년 1회 한다.)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배당을 실시한다.


책이 소개하는 배당주 기법은 어렵지 않다.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1년 정도의 주식 거래 경험이 있다면 쉽게 따라해 볼 수 있을 것이다.(1년 정도는 마음 가는대로 투자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단 소액으로, 여유 자금으로) 


투자 원칙은 꽤나 상식에 가깝다. 괜찮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서, 이익이 날 때까지 보유한다는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뭔가 약파는 느낌이 나지 않는가?)


이 책이 소개하는 괜찮은 기업은 무엇일까? 첫 번째, 기업의 영업이익이 안정적이어야 한다.(즉, 적자기업이어서는 안된다.) 두 번째, 꾸준하게 배당을 실시해야 한다.(어떤 기업은 이익이 나도 배당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의 두 가지 사실은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 또는 포털사이트 등의 공시(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등)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적정한 가격이란 무엇일까? 배당주 투자에서 적정한 가격은 배당수익률로 판단 가능하다. 배당 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리노공업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60,000원이고 작년 년말 3,000원을 배당했다면 배당 수익률은 5%가 된다. 배당 수익률은 주가가 낮아질 때 높아지며, 주가가 높아지면 낮아진다. 배당 수익률은 대략 10여년을 살펴보면 등락이 일어나는 적정한 구간을 알 수 있다. 배당 수익률이 평균보다 높아지는 시점에 주식을 적립식으로 사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책에는 물론 이보다 더 자세한 방법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이익이 날 때까지 보유한다라는 원칙은 무엇일까? 이는 그냥 눈감고, 귀막고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가는 주식을 살려는 사람의 수요와 팔려는 사람의 공급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어떨 때는 분위기에 휩쓸려 폭등하기도 폭락하기도 한다. 따라서, 첫 번째 원칙으로 꼽은 기업의 실적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손실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위의 그래프는 약 10년전, 내가 보유했던 리노공업 주식의 차트이다. 금융위기가 있던 무렵인, 08년 5월에 주식을 사서 08년 10월에 팔았다면, 반토막보다 더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업의 수익성이나 배당성향(전체 수익에서 배당을 지급하는 비율)은 그러한 위기에도 크게 나빠지진 않았다. 그 당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오히려 더 많은 주식을 샀을 것이다. (좋은 의미의 물타기다.)

참고로 지금 이 주식은 60,000원 정도이다. 08년 5월에 샀어도, 4배 이상의 수익률인 셈이다. 


물론 이 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엔 통했어도 지금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앞서 언급한 좋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서 이익이 날 때까지 보유한다는 원칙은 투자업계에서는 진리에 가까운 명제다.


나처럼 이런저런 책들로 개념의 바다에서 허우적댄 경험이 있다면, 과연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자신에게 맞는 적정지식이 무엇인지 한번 쯤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조금이라도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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