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서로 다른 렌즈를 끼고 살고 있다.
사회 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지식보다는 경험이 쌓여간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내고 관련된 일을 계속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이 쉬워지고, 확신에 차게 된다. 이런 단계를 "관이 생겼다"라고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주관이 생겼다는 의미다. 물론 그 주관은 켜켜이 쌓여온 성공의 경험을 뒷받침해냈기 때문에 어느새 확신으로 다가온다. 이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어느새 자신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간의 성공은 좁은 경계 안에서 동작했던 공식이었는데도 말이다.
안경을 쓰고, 차에 타면 우리는 그 매개물로 인해 시야가 바뀜을 경험한다. 안 보이던 풍경이 보이기도 하고, 못경험했던 바람 소리, 속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안경테, 차체라는 물리적인 프레임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기도 한다. 관점도 비슷하게 작용한다.
회사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충돌한다. 한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자와의 관계가 필요하다. 마케팅,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영업, 재무, 법무, 기술, 품질 등이 대표적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5년~10년 정도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관점으로 대상을 평가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자신의 잣대로 바라본다. 서로가 대화를 잘 안될 때는 바로 이러한 순간이다.
"내가 보기엔 000는 별로다. 000는 성공할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 왜 이것 밖에 못해?, 우리 회사 00는 별로다" 이런 말을 서슴치 않고 말한다. 물론 그 말들은 같은 역할 사이에서는 할 수 있다. 거친 언사는 격정적인 토론을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방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이런 대화 방법이다.
"UX의 관점에서는 사용자가 제품을 쓰기 어려워하면, 초반에 팔릴지는 모르지만 결국 사용자의 불만으로 다가와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000님의 관점에서 우려하는 바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나의 관점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태도다. 각각은 저마다의 경험으로 인한 관점이 있다.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된 대화나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자기 관점으로만 평가하기 시작하면 대화는 쳇바퀴를 돌게된다.
최근 회사에서 자주 겪는 문제이기에 푸념을 해본다. 나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하진 않았는지 반성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