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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Nov 09. 2018

평가

누군가를 판별한다는 것의 중압감

회사의 관리자는 한 해의 중간과 끝에 부서원을 평가하게 된다. 평가에서의 핵심은 공정성일 것이다.


모두가 A등급을 받는다면 문제가 적겠지만, 누군가는 C등급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F등급을 받기도 하는 것이 평가의 세계다. (아마 모두 같은 등급을 받는다면, 그것또한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평가의 세계 속에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를 경험해 본 몇몇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본 결과, 답은 없다. 그리고 외부의 선진 사례에서 탐색해본 결과도 내 현실에 적용할 방법은 없다.


구글의 경우는 승진하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업적을 정리하고, 동료들의 평가를 받은 뒤 관리자에게 승진을 요청한다고 한다. MS의 경우 과거엔 상대평가였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제도의 폐해를 고려한 탓인지 다른 방식으로 바꿨다고 들었다. (고과를 잘 받기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다른 동료에게 노하우를 잘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내가 다니는 회사는 상대평가다. 과거의 육체 노동과 다르게 지적 노동은 그 결과를 객관적인 잣대로 치환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처음으로 부서원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인사팀에서는 나름의 평가 기준을 제시하긴 했지만, 그 기준이란 것 역시 모호하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답은 이 정도다. 물론 아래 기준으로도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다.

1. 다른 사람과 얼마나 잘 협력하는가? - 구글이 밝혀낸 생산성 높은 조직의 특성을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한다.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 혼자 해낼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함께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하고, 협력을 잘 하는지가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협업, 타 부서와의 협업 등을 고려한다. 이번 면담 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동료들의 피드백을 수집했다.


2. 자발적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결과를 내는가? 그리고 그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가? - 사람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일어날 때, 높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그러려면 조직의 전략에 맞춰 스스로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킨 일만 하는가? 스스로 일을 기획하는가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추진한 업무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성취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3.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스스로 학습하는가? - 8시간의 근무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8시간의 질을 어떻게 쓰느냐는 더욱 중요하다. 업무 지시를 하더라도, 그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사람과 지금 이 정도의 업무가 있는데, 업무를 이런 식으로 변형하면 가능하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다르다. 희안한 건 대부분 이렇게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학습하는 경향도 강하다.


어떻게 해야 상대평가가 갖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Art의 영역으로 남아있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니면 다른 해결책이 있을까?


마음이 무거운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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