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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Aug 15. 2018

스타벅스

스타벅스에 충성도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내일 회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겨, 발표준비를 위해 스타벅스를 찾았다. 눈치보지 않고, 이것저것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노트북과 노트, 펜, 출력한 발표자료를 가방에 짊어지고 아침일찍 근처 매장을 방문했다. 잠시 글을 끄적이기도 하고, 지루해질 땐 사람들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집중하다가 잠시 모바일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매장에 앉아있는 시간도 3시간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구석이라서, 다른 손님들의 눈치는 덜보였다.)


3시간이 지난 점심 무렵즈음, 내 옆자리엔 5살 정도로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와 아빠가 아이스라떼와 쥬스를 주문했다. 아빠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는 실수로 커피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매장바닥은 얼음과 우유로 흥건히 젖었다. 안절부절하는 아빠와 어리둥절한 아이, 점원이 왔다.


"괜찮으세요? 잠시 옆으로 비켜주시면 치워드릴게요"라고 하며, 옆 테이블의 다른 손님에게도 "어디 커피 묻은데는 없으세요, 물티슈를 가져다 드릴까요?" 하고 공손히 물었다. 아빠는 연신 옆 손님(다행히 나는 옆이긴 하지만, 거리가 제법 있는 옆자리였다.)께 죄송하다고 했다.


점원이 물걸레와 청소포로 자리를 정리할 무렵, 다른 점원이 동일한 아이스라떼를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놓았다. 아빠와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왜 커피를 주지?')이었고, 아빠는 그제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안색이 풀어졌다.


나에겐 "아 이래서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는구나"를 경험하게 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글을 쓰게 되었다.


왜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숍보다 특별할까?


스타벅스의 서울 매장 수는 미국 뉴욕보다 약 100개 가량이나 많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의 커피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다른 프리미엄(?) 커피 매장인 커피베네와 같은 곳은 오히려 매장이 감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커피의 맛이나 분위기, 고급스러움, 다양한 이벤트도 한 몫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한 것 같다. 왜냐하면, 다른 커피매장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다. 오늘 경험했던 사례에서 난 그 답을 조금 발견했다. 지금까지 매장을 방문하면서 사람들의 충성도를 올린 이유를 사용자 경험(UX)의 관점에서 정리해본다.(물론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것이다. (-: )


1. 일관된 품질

- 스타벅스의 커피맛은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엇비슷하다. 몇년 전 엔젤리너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먹었던 커피맛은 최악이었는데, 그 뒤 우연한 계기로 다른 매장에서 먹었던 커피는 나름 괜찮았다. 이런 경험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된다. 반면, 스타벅스는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해서 그런지 매장마다 맛의 편차가 대단히 적다. 게다가 최근 오픈하고있는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 매장의 머신은 인터넷을 통해 원두에 최적화된 레시피대로 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브런치를 참조하자.


2. 완벽한 개인화

스타벅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실 것이다. 하지만 커피에 더욱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호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이런식이다.

"다 먹을 때쯤이면, 얼음이 조금 남아 있으면 좋겠구요. 샷은 추가하는데, 반샷만 넣어주시고, 그 반샷은 디카페인으로 해주세요." 위와 같은 주문이 스타벅스에선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주문하면, 뒷사람의 눈총이 따갑긴 할 것이다. 최근엔 사이렌오더(App을 통해 매장밖에서부터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방식)로 나만의 레시피를 추가해놓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커피숍이 가고 싶어질까? 아니라고 본다.


3. 철저한 고객 중심적 사고

앞서 내가 경험했던 예시가 대표적이다. 아이가 커피를 쏟은 건 분명 아이의 잘못이다. 점원은 아무렇지 않게 새 음료를 가져다 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한 점원의 태도다. 매뉴얼화가 되어 있거나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사고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위 사례 외에도, 스벅은 외부 음식 반입(냄새나는 음식 제외)이 가능하다. 아마 다른 커피 매장은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왜 스타벅스는 외부 음식을 허용했을까? 이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커피숍은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즉, 여럿이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린 친구들같이 커피를 못먹는 사람도 있다.


브랜드에 대해 충성도가 높아지는 지점은 바로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제공하거나 좀 더 대접받는 느낌, 돈을 쓰는 소비자가 아니라 진정성있게 대하는 느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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