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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Jan 21. 2019

연결

우리는 정말 제대로 연결되고 있는 것일까?

이제 SN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핀터리스트, 카카오스토리, 밴드에서부터 SNS라고 부르기 어려운 유튜브 같은 서비스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소셜 기능(댓글, 좋아요, 공유 등)을 함께 제공한다.


서로가 서로를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ID만 알게되면, 그의 관심사,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때론 그의 SNS로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시스템은 나의 취향을 분석하고 다시 내가 좋아할만한 또 다른 누군가의 컨텐츠를 추천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연결된 것일까? 나의 친구 혹은 모르는 누군가와 연결된 것일까? 나의 관심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상대방은 그로 인해 뿌듯함, 행복감을 느낄까? 


넷플릭스에 있는 블랙미러 시즌3 추락편은 이러한 SNS의 극단적인 시대모습을 보여준다. 추락편에서는 사회생활의 모든 것을 SNS에 기반한 평판이 좌우하는 세상을 그린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사람들은 바로바로 상대방에게 평점을 매기게된다. 더 좋은 평점을 얻으면 더 좋은 집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더 좋은 차를 렌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서로에게 가식적인 웃음을 던지며 생활한다. 이 사람들은 연결된 것일까?

우리 인간이 꿈꾸는 연결은 이런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2017년에 미션을 바꾼다. 과거엔 '연결'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친밀성'을 더 강조한다. 연결되는 것 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줘서 세상을 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들자” (이전 미션)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자”(2017년~)

우리가 바라는 연결은 무엇일까? 난 그 힌트를 오래전 PC통신에서 다시 발견했다. 내가 채팅을 처음 접했던 시절은 접속이라는 영화가 유행했던 시점(1997년)이다. 이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밤새 채팅을 하며, 날을 세워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채팅방에 입장했을 때 묘한 설레임. 모르는 누군가와의 유대감,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느낌, 익명이라는 안전장치 하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경험. 이 당시엔 오프라인 대화보다 더 깊은 친밀감을 주는 대화가 가능했다. 


같은 디지털이지만 지금 SNS, 카톡과 같은 메신저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차이점은 다음 세 가지다.


1. 상호즉시성 -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대화가 오프라인 속에서의 대화와 유사하게 일어난다. 타이핑된 문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화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의 카톡도 비슷하게 가능하지만, 즉시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커피숍에서 연인과 대화하는데, 질문했는데 30분간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2. 텍스트 - 지금은 이모티콘, 사진 등 시각적인 형태로 소통한다.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은 더 명확히 전달되지만, 그로 인해 생각의 여백이 많이 사라졌다. 문장의 . 하나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하게했던 과거의 모습을 지금은 찾기 어렵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과거보다는 확실히 덜해졌다. 


3. 휘발성 - PC통신시절 채팅방은 채팅이 끝나고 나면 내용이 사라졌다. (기억은 가물하지만, 저장 기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의 대화가 하나의 스토리가 되었다. 그 순간 그 채팅창에서 일어났던 대화들이 하나의 주제이고, 이야기이고 감정의 교류였다. 친구들과 대화가 끝날 때마다 아쉬워했던 그 때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지금 20~30대에게 다시 PC통신 시절로 가라고 하면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지금의 편리함을 포기할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진정으로 연결시켜줬던 그 특징들을 포기해야만 할까?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과거의 주요 특징을 현재에 재현해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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