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팀을 찾아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by Everux
출처:Yes24

후배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다. 와튼 스쿨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의 추천사도 눈에 들어왔다. 근데 그 문장이 꽤나 거슬린다. 뭐라고? 다른 책은 전부 물에 던져버리라고? 보통 이런 문장을 보면 나는 반발감이 들어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데, 친한 후배의 추천도 있고 내가 처한 상황(소규모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답을 얻고 싶기도 해서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자마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노키아의 유명 디자이너 피터스킬먼(책에는 최고경영자라고 나오는데, 정확한 직책은 모바일 사업부 디자인 부문 부사장)은 왜 어떤 집단은 개별 구성원의 합보다 큰 성과를 보이고, 어떤 집단은 그 보다 못한 지 궁금해서 실험을 했다.


실험의 내용은 마시멜로 높이 쌓기였다. 조리하지 않은 스파게티, 노끈, 테이프, 마시멜로를 이용해서 가장 마시멜로를 높이 다는 팀이 이기는 게 규칙의 전부였다. (우연인지 나도 얼마 전 Design Thinking Workshop 과정에서 Ice Breaking 활동의 일환으로 이 실험을 경험했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경영대학원생팀과 유치원생팀과의 차이에 주목한다. 경영대학원생팀은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최적의 전략을 생각한 뒤 역할을 나눠 작업을 했고, 유치원생팀은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그저 어깨를 맞대고 아무런 전략/계획도 없이 쌓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이라곤 '여기야', '아니야, 여기야' 정도의 말이었다.


결과가 어땠을까?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경영대학원생이 더 높이 쌓았을까? 그러면 이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차례 반복한 결과 유치원생팀의 평균 높이는 66cm였고, 이 수치는 경영대학원생팀이 쌓은 높이보다 3배는 더 높았다. 유치원생팀은 서로가 교감하며, 상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공감하며, 반박하며 진행된 반면, 대학원생팀은 "누가 책임자지?", "내가 저 사람을 비난해도 될까?", "내 아이디어가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정작 문제의 본질(높이 쌓기)보다는 다른 것들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이다.

출처 : TED - 마시멜로 실험


프롤로그를 읽고 난 뒤, 애덤 그랜트가 말했던 자신감 넘치는 추천사는 기억에 남지 않고, 그저 그 원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를 알고 싶은 욕구만 강해졌다.


책에서 말한 비결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세 가지 핵심 비결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그 내용을 설명한다. 물론 이 비결을 안다고 해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조직의 리더라면 한번쯤 다시 곱씹고 또 곱씹을만한 내용이다. 다행히 내가 소규모 조직을 이끌면서 추구하는 가치, 목표가 이 책에서 말한 것들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세 가지 핵심 비결
1. 안정적인 결속 하에 소속감을 공유
2. 서로의 취약성 드러내기
3. 단순하지만 호소력 있는 말 한마디


첫 번째 핵심 비결은 안정적인 결속 하에 소속감을 공유하는 것이다. 구글의 유명했던 아리스토텔레 실험을 보면 구글 내에서 성과가 높은 팀들의 특징 5가지를 뽑았다. 5가지 중 다른 어떤 항목보다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이 책에서 말한 소속감을 공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 어떻게 소속감을 구성원 간에 공유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미세한 특징들에 대해 말한다. 아마 여러 요소의 조합이 필요할 것이다.


1. 물리적 공간 - 서로 오며 가며 마주칠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

2. 활발한 대화 - 짧은 시간 내에 활발하게 대화가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3. 경청 -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기, 주위를 기울여 듣는 분위기여야 한다.

4. 배려 -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가 일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요소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본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요소들이 필요하는 이유는 왜일까? MIT 휴먼다이내믹스 연구소의 펜틀렌드 교수는 인간의 뇌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 뇌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앞선 마시멜로 실험에서 높이 쌓은 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심리적 안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아래 3가지 신호를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1. 에너지 : 지금 일어나는 소통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난 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

2. 개인화 : 개개인을 특별하고 가치있게 대한다. "넌 특별해, 너의 이런 강점을 잘 발휘해봐"

3. 미래 지향 :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책에서는 재밌는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인도에 위치한 위프로 콜센터 이야기다. 경쟁사 대비 높은 복지 수준 및 급여에도 해마다 50~70퍼센트의 직원이 대거 퇴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 위프로 경영진은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위프로는 소규모 실험을 했다. 입사한 신입사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1시간짜리 보충강의를 했다.


A그룹에는 위프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교육을 추가로 진행했다. 회사의 성공 사례, 최우수 직원을 만나고 첫인상을 서로 이야기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회사 이름이 수 놓인 스웨터를 선물했다.


B그룹은 직원들과 관련된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당신은 일할 때 어디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나요?", "가장 큰 성과를 나타내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이었다. 마지막엔 회사 이름과 직원의 이름이 함께 수 놓인 스웨터를 선물했다. 7개월 후의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B그룹은 A그룹에 비해 잔류 비율이 250% 높았고, 업계 평균보다도 157% 높았다. 1시간의 교육만으로도 미래지향적이고 개인화된 신호를 지속하여 줬기 때문에.이러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나의 조직에서 실천하는 몇 가지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가급적 나는 비난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늘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번에 실패하면 어때? 다음에 다시 잘하면 되지", "자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까?" "스스로 결정해봐요." "책임은 조직이 지는 거예요" 등등 어찌 보면 내 나름대로 해왔던 작은 말들도 구성원 간의 소속감, 안전감을 주려했던 것은 아닐까?


두 번째 핵심 비결은 서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할까? 아니다. 서로가 진정성 있는 태도와 열린 마음이 전제된 경우라면, 취약성을 내보이면 다음의 고리가 형성된다. (주: 애초에 팀원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성 있는 태도와 열린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론 교수인 제프 폴저의 이론에 따르면,

1. A가 취약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2. B가 신호를 감지한다.

3. B도 자신이 취약하다는 신호로 화답한다.

4. A는 신호를 감지한다.

5. 취약성을 공유하는 합의가 세워지고, A와 B 사이에 신뢰도가 높아진다.


리더가 되다 보면, 위에서 말한 취약성 고리를 만들 기회를 놓치기 쉽게 된다. 몰라도 아는 체를 하게 된다. 그 기저를 살펴보면 모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비웃지는 않을까?", "나를 안 따르는 것 아닐까?" 등등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여러 차례 경험한 바는 "나도 쥐뿔 하나도 몰라요. 도와주세요. 그저 000을 잘해서 리딩하는 거예요"라고 말할 때 구성원들이 더 잘 도왔던 것 같다. 리더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고, 알아서도 안된다. 독단으로 흐르기 쉽고 팀원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궁극적으로는 성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조직 내에서 취약성을 쉽게 드러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첫 번째는 리더 먼저 취약성을 드러내기. 리더가 취약성을 드러내야 구성원들도 쉽게 문제를 말할 수 있다. 리더가 솔선수범하지 않고 어디 한번 뭐가 취약한지 팀원에게 아무리 말해봐야 숨기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회고다. 철저히 지나왔던 일을 곱씹어 보며, 그때 겪었던 문제와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하나씩 밟아보는 것이다.


세 번째 핵심 비결은 단순하지만 호소력 있는 한 마디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비전에 가깝다. 책에서는 여러 회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부분은 꽤나 어렵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 비결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사라면 내가 속한 조직의 상급자가 설정한 비전과 다른 지시를 하게 되면 어기기 쉽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그 지시에 따르게 되면 그때부터 그 비전은 문장으로만 남는다.


여기에 나온 성공 사례(존슨앤드존슨, 네이비실, 대니 마이어 - 한국판 백종원 등)를 봐도 내가 해낼 자신은 아직 없다. 예전에 회사 차원에서 CREDO를 만들기도 하고, 사업부 차원에서 따라야 하는 원칙을 만들기도 했었지만, 그 원칙이 무너진 단 한 번의 사례만 나와도 그 말들이 공허해졌다. '이런 거 왜 해. 어차피 지키지도 않을 거면서'라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 퍼진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여전히 이 핵심 비결을 어떻게 달성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직 내의 리더와 중간 관리자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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