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력의태동 은 #라플라스의마녀 의 프리퀄로 소개되지만, 그 자체로 독립된 단편집에 가깝다. 작가 특유의 과학적 상상력과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라플라스의 악마'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설정을 흥미롭게 확장한 작품이다.
책은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들은 독립적으로 읽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공유한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자연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우하라 마도카. 그녀의 능력은 초능력이 아니라 물리학적 계산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라플라스의 주장대로, 세상의 모든 운동과 위치를 알 수 있다면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그대로 실현해낸 셈이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문득문득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마도카의 능력이 빛나는 네 가지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은퇴를 앞둔 스키 선수, 너클볼을 잡지 못해 좌절하는 포수, 급류 사고로 아들을 잃고 자책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파트너의 죽음으로 음악 작업을 중단한 작곡가. 각 인물들은 절망과 고뇌에 갇힌 채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마도카는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만, 그 과정이 차갑기보다는 한없이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그녀의 도움으로 변화하는 인물들을 보며 나 역시 작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제5장 마력의 태동은 다소 특별하다. 이 장은 #라플라스의마녀의 서막을 여는 중요한 연결점이 되지만, 마도카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도카의 존재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된다는 점은 살짝 허전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어쩌면 이 마지막 장을 통해 마도카의 이야기 너머에 존재하는 더 큰 서사를 암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라플라스의마녀에 꼭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라플라스의마녀만으로도 충분히 완결된 서사를 가지고 있었기에, 마도카의 과거와 능력의 확장된 이야기가 필수적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특히 이 단편집이 전작의 등장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과학적 상상력은 여전히 놀랍고, 복잡한 인간의 감정선을 다루는 솜씨는 탁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마도카의 능력을 통해 과학과 인간의 경계를 이야기 하고 싶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어쩌면 우리가 믿는 현실의 법칙에 작은 균열을 내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의태동 프리퀄로서의 위치는 애매하지만, 각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절망과 치유 과정은 충분히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들처럼 과학과 미스터리를 결합한 이 작품 역시 흡입력 있게 읽히지만, 그만의 인간적인 시선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마도카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