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작은 사회라더니, 우리 아들이 요즘 부쩍 새로운 단어들을 배워온다. 남편은 아들이 점점 '레벨업'한다며 웃지만, 난 가끔씩 깜짝깜짝 놀란다. 특히 오늘처럼!
며칠 전부터 아들이 "겁나"라는 말을 맛깔나게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상상도 못 한 단어를 툭 내뱉는 게 아닌가.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졌는지 잔뜩 심통이 난 아들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X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들의 입에서 나올 단어가 절대 아니었으니까. "누가 그런 말 쓰니?" 하고 조심스레 물으니, 아들은 너무나 해맑게 "학교 친구들이 다 써!"라고 대답했다. 기가 막히고 어이없고, 한편으론 황당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말은 나쁜 말이야.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어. 어른들 앞에서는 절대 쓰면 안 돼." 아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근데, 그 느낌 나는 다른 단어들은 이 맛이 안 나는데...".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그래도 그런 말은 쓰면 안 돼. 다른 좋은 단어들을 찾아보자."라고 겨우 대화를 마무리했다.
학교를 안 보낼 수도 없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는 게 당연한데, 이럴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 역시 아들이 바르고 착하게 자라길 바란다.
그래도 아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특하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있었던 일은 웃기면서도 슬픈, 복잡한 감정을 남긴 하루였다.
언젠가 오늘을 떠올리며 아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렵고도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