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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FFEE HISTORY Jul 29. 2022

초기의 커피는 와인이었다.

커피는 와인의 대체제거나, 와인의 일종이었다.


초기의 커피는 어떤 모습이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마셨을까요? 지금처럼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프렌치프레스, 드리퍼, 분쇄도구도 없었을텐데 말이죠.

커피의 초기 음용 방식에 대해서는 지역과 시기마다 여러 설이 있지만, 커피의 기원을 따져볼 때 초기의 커피는 사실 와인으로 음용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커피는 열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원두는 이 '커피체리'라 불리는 열매에서 외피와 과육, 점액질과 파치먼트를 제거한 후 발효하여 만드는 '흰색 콩' 입니다. 


이슬람권에서 커피가 전파된 후 초기에는 2가지 방식으로 커피 음료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첫번째 방식은 커피 원두를 싸고 있는 외피와 과육을 그대로 달여서 마셨고, 둘째는 과육과 외피를 제거한 후 원두만을 약처럼 달여서 마신것 입니다. 


우리가 보는 '까만 원두'는 흰 원두를 불에 볶아 로스팅한 것인데, 이 방식은 초기에 달여먹던 커피를 페르시아인들이 불에 볶기 시작하며 나온 것입니다. 여러 문헌을 볼 때 적어도 13세기 중반까지는 커피 열매를 그대로 먹거나, 달여 마시거나, 잎이나 줄기를 약초로 쓰거나, 커피 원두만을 빼내어 끓여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로스팅(까맣게 볶은 원두) 한 원두를 빻아서 달여마시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최소 16세기 후반 아랍 유목민들에 의해 퍼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초기의 커피를 '커피 열매' 또는 '원두'를 그대로 달여서 마셨다면 이는 발효한 열매를 끓여 즙을 내서 마신것인데, 이는 와인의 제조법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과실주'라는 것이 열매의 즙을 내어 발효를 시켜 마시는 것이니까요. 


커피를 초기에 음용했던 사람들은 커피 또한 나무에서 자라는 열매로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커피 열매는 발효가 매우 빠릅니다. 원두를 둘러 싸고 있는 과육은 커피만큼 향이 뛰어나면서도 달콤한 맛이고, 외부에 노출되면 아주 빠르게 발효합니다. 달콤한 맛이라는 것은 당도(브릭스, Brix)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발효된 커피 껍질은 와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당도가 있는 달콤한 열매를 발효하면 과실주가 되니까요.


(과거에는 말린 커피 껍질도 커피 농가에서는 먹기도 했지만, 현대에서는 카스카라(cascara)로 불리며 말린 커피 껍질을 우려내어 차로 마십니다. 은은한 단맛이 대추차의 맛이 나기도 합니다! 대추도 단 맛이 있죠?)


커피열매를 발효하여 마신 초기의 커피 음용 방식이 와인과 매우 비슷하고 이론적으로도 발효된 열매를 달여 마신 것이 고대의 과실주 맛과 비슷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초기의 커피는 최소한 와인의 일종인 과실주로 음용되었거나 또는 와인의 대체제였을 것입니다.


커피의 초기 음용법이 와인의 일종이었거나, 와인의 대체제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헌은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헌들에서 우리는 커피와 와인의 유사성과 함께, 왜 '커피'가 지금의 '커피'라는 단어로 불리게 되었는지, 커피라는 단어의 변이 과정도 조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커피의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자세하게 다뤄 볼 생각입니다)


초창기 이슬람 성직자들이 코란에서 금하는 와인을 대신할 음료를 찾던 중 커피를 발견했다는 설은 여러 문헌에서 나타납니다. 이 당시 이슬람과 아랍권에서 커피는 '카와(Qahwah)'로 불렸는데 이는 '와인'을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종교적으로 와인이 금기시 되어 와인의 대체제로서 '커피'를 '와인'으로 부른것인지, 커피 또한 과실주의 일종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커피와 와인을 같은 단어로 부른것이죠. 아마도 발효시킨 커피열매 또는 원두를 달여 마셨을 때 과실주와 같은 신맛이 나는 것과 검은 색상을 두고 와인처럼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 라 로크(장 라 로크는 프랑스의 여행가이자 언론인입니다. 아버지인 피에르 라 로크는 마르세유에 커피를 처음 전래했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가 1715년에 쓴 저서인 <1708~1713년간의 행복한 아라비아로의 여행과 커피의 역사에 관한 논문, 1715>에 따르면, 아랍에서 '카호후와(Cahouah)'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와인만을 의미했지만, 이후에는 와인과 커피 등 모든 음료를 총칭하는 단어가 됐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세 종류의 음료가 있었는데, 첫째는 와인을 포함한 술. 둘째는 커피 원두의 껍질을 달인 즙. 셋째는 커피 원두를 달인 즙 이었다고 합니다. 즉, 음료는 '커피'와 '술' 뿐이었다는 것이죠.


여기서 커피라는 단어의 유래를 잠깐 살펴보면 재미있습니다. '와인'과 '커피'가 동음어로 불렸기 때문에 커피가 지금의 '커피'로 불린것이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커피는 이슬람권에서 '식욕을 없앤다'를 뜻하는 '카히야(Qahiya)'로 불렸다가, '코와(Kowah)'를 거쳐 베두인(아랍인)들에 의해 와인을 뜻하는 '카와(Qahwah)'로 불립니다. 이후 일부에서 일반 음료를 통칭하는 단어인 '카호후와(Cahouah)'로 불리게 되고, 16세기 오스만투르크(터키)로 커피가 전파되며 '카흐베(Kahve)'로 불리게 됩니다. 이 카흐베가 네덜란드 무역 상인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며 '코피(Koffie)'로 불리게 되고, 이후 유럽에서 다양하게 불리다가 미국으로 건너가며 코피가 지금의 '커피(Coffee)'로 불리게 됩니다

여러 문헌의 기록을 볼 때 커피와 와인의 연관성이 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첫째로, 초기 커피가 와인과 동음어로 불렸고(그리고 이것이 커피를 지금의 커피로 불리게 만들었죠..)

둘째로, 커피 열매가 당도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발효하여 당시 과실주를 만드는 열매와 비슷하다는 것(커피로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하고, 커피와 와인 모두 단맛과 신맛이 공존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마지막으로,  초기 커피의 음용법이 발효된 커피 열매를 그대로 달여 먹거나, 열매 속 원두만을 달여 먹는 방식이 과실주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했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커피의 기원을 따져볼 떄, 이슬람권에서는 초기의 커피가 최소한 와인의 대체제였거나, 또는 과실주의 일종으로 음용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 커피 업계의 화두는 '발효' 입니다. 마치 트렌드처럼 일부 농가들이 전통적인 습식, 건식 프로세싱 과정이 아닌  '무산소 발효법'과 같은 다양한 발효 공정으로 생두를 가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두를 볼 때 농가와 프로세싱 과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발효 과정을 거쳤는지도 표기하고 보게 바뀌었죠.

와인과 커피과 깊은 관계가 있고, 와인을 생산할 때 필수적인 것이 발효과정 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와 연관지어 최근의 커피도 조금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의 가공 방식에서 '발효' 과정은 사실 전통적으로 행해져 왔고 최근에 더욱 주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과거 초기의 커피는 와인과 보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와인과 커피는 발효의 과정과 목적(점액질 제거)가 조금 다르고, 발아가 되는 생두 그대로는 발효되기 어렵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이 부분은 보다 최근의 관점에서 '생두의 발효 트렌드'와 관련한 글로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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