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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FFEE HISTORY Aug 03. 2022

카페 모카가 '카페 모카'인 이유

모카는 사실 초콜릿을 뜻하는게 아닌 항구의 이름이었다


카페 모카


이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왠지 달달한 커피가 당기는 날,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주문하는

그 카페 모카 음료가 생각나지 않으셨나요?


카페 모카를 주문하면 만날 수 있는 이 베리에이션 커피 음료는 잔에 초콜릿 시럽이나 초코 소스를 담고,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붓고 잘 섞은 후 거품을 낸 우유를 붓고, 취향에 따라 밀크폼이나 휘핑크림을 올려준 후 초콜릿 소스나 파우더로 드리즐하여 무늬를 내어 장식합니다          



이 카페모카의 레시피는 카페의 기본 메뉴인 '라떼'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시럽의 차이만 있을 뿐

'바닐라 라떼', '카라멜 마끼야또'와 레시피가 거의 비슷합니다.

초콜릿시럽 대신 바닐라시럽을 넣으면 '바닐라 라떼'가 되고,

카라멜 소스를 넣으면 '카라멜 마끼야또'가 되는거죠.

'카페 모카'에는 위 레시피처럼 초콜릿시럽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캐러멜 마키야토'에는 '캐러맬 시럽을', '바닐라 라떼' 에는 '바닐라 시럽'을 넣는 게 당연한데.

왜 '카페모카'는 '초콜릿 시럽'을 넣는 걸까요? 왜 '초콜릿 라떼' 가 아닌 '카페모카'로 불리게 된 걸까요?




모카는 예멘의 항구 이름이다



사실 모카는 예멘의 '알 모카''라는 항구를 뜻합니다.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예멘은 커피와 관련해 아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멘은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묘목이 전해지며 세계 최초로 커피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예멘은 지리적으로 서쪽으로는 홍해, 남쪽으로는 아덴만, 북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해 유럽 상인과 아라비아 반도를 연결하는, 말 그대로 '아라비아 반도 무역의 중심지' 였습니다.

이 때문에 커피를 전수받기도, 전파하기도 더욱 수월했죠.


특히 모카 항구는 종교적으로도 메카로 향하는 이슬람의 순례길에 위치해 새벽에 기도하고, 사막의 더위를 피해 밤에 이동해야 하는 순례자들에게 커피를 전파하고 공급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였습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교류의 중심지에 있던 예멘의 사람들은 에티오피아로부터 커피 묘목을 가져와 그들의 기호품으로 즐기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아라비아의 이슬람 제국이 성립된 후 술을 마시는 것이 금기시되며

그 대체제로서 커피를 마시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15-16 세기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동인도 회사를 설립해 아라비아 반도를 오가며 교역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유럽인들은 항해 중간 예멘의 알 모카 항구에 잠시 들리게 되었고 모카 마을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기호품인 '커피'를 대접합니다.


특히 예멘에서 재배된 커피는 진득한 맛에 초콜릿 맛이 보다 강했는데, 이 차를 맛보게 된 유럽인들은 강한 향과 맛에 사로잡혀 일부를 얻어 고향인 유럽에 가져갔고, 이후 유럽 전역에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알 모카 항구로 수 많은 무역 상인이 몰려들게 됩니다.



자바 커피에 밀린 찬란한 명성.(구)세계 3대 커피 예멘 모카.



이렇게 예멘의 알 모카 항구에서 출하된 커피는 '예멘 모카'라고 불리며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16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미국과 유럽 전역에 커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카페를 지칭하는 '커피하우스'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레 알 모카 항구는 세계 커피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서 커피를 수출하기 시작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커피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멘의 알 모카가 유럽과 미국 전역의 커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현 인도네시아)는 '이때다!' 하고

독자적으로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섬에 커피를 재배합니다.

결국 재배에 성공하여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커피 생산과 판매의 독점을 빼앗아 오게 됩니다.

이 섬이 바로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 자바(JAVA) 섬' 입니다.




유명한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던 I love coffee, I love tea~ I love the Java Jive and It loves me~

이 음악의 제목이기도 한 Java Jive에 나온 Java가 바로 이 Java 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자바섬에서 재배한 원두가 전세계에 수출되기 시작하며

Java라는 단어가 곧 커피 그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죠.

(현재 이 섬은 그 유명한 사향고양이 배설물 커피인 '자바 루왁커피'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라비카 종은 생산하지 않고 대게 로부스타 종만 생산하지만, 바로 옆의 수마트라, 술리웨시 섬 등에서는 품질 좋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같은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합니다)


이처럼 예멘의 모카는 인도네시아 자바와 같은 다른 지역의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며 경쟁력을 점차 잃게 됩니다. 또한 18세기 이후 영국의 무역항 점령과 이어진 예멘의 내전으로 인해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현재는 폐허로 남아, 알 모카 항구에서는 더이상 커피를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알 모카 항구에서는 더이상 커피가 나오지 않지만, 오늘날까지도 예멘 모카는 커피의 귀부인이라 불리며 '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함께 세계 3대 커피로도 종종 불리고 있는 것을 보면 '예멘 모카'의 찬란했던 명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맛이나 생산량으로도 3대 커피로 평가 받기에는 부족함이 많기에, 현재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것 같고, 커피의 초기 재배 시절 '(구)3대 생산지 커피' 정도로 불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커피의 이름이 모카인 이유는, 예멘의 모카항에서 왔기 때문이다.


알 모카 항을 통해 수출되는 예멘 커피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예멘 모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카 이외의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에도 모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예멘이 아닌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커피 일부도 모카의 이름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담으로, 십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3대 커피' '반고흐가 사랑했던 커피' 라는 마케팅으로 '모카 마타리'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반고흐 카페가 생기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는 모두 마케팅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반고흐가 모카 마타리를 좋아해 마시지도 않았고, 모카 마타리를 세계3대커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커피, 모카


또한 초콜릿이 들어간 베리에이션 음료에도 '모카' 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커피가 처음 재배되어 수출되고 전파되던 시절 예멘 모카에서 나온 커피의 독특한 초콜릿 향 때문에

초콜릿 시럽이나 소스가 들어간 모든 커피에는 이제 '모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콜릿 시럽이 들어간 음료가 '카페 모카'가 된 것입니다.


예멘 커피의 명성이 모카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예멘의 커피 역사가 그만큼 길고, 많은 원두의 품종이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 전파됐을 만큼 그 역사의 중요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커피를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정도로만 구분하였고, 이후에는 아라비카를 스페셜티와 커머셜 등급으로 나누거나, 농장단위 또는 재배종 재래종 정도로만 구분하였습니다. 티피카 버번 등 아라비카의 특정 품종은 소비자와 애호가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죠.

그러나 현재는 원두의 유전적 기원을 연구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밝혀내거나 원두의 기원을 밝히려는 노력들이 많습니다. 원두를 구매하려 할 때 'SL-09, SL-17, K-7'과 같은 낯선 품종이 보이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를 토대로 발효법도 연구하여 최상의 맛을 끌어내려는 노력도 있지요. 2020년도에는 '예메니아'라는 예멘으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원두 집단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원두의 유전적 기원이 에티오피아-예멘에서 버번, 인도, 인도네시아, 유럽 등으로 전파됐다는 것이죠.

현재의 예멘 커피는 현지의 내전과 정치적 상황 등으로 많이 접하기 힘들지만, 커피 역사에서 그 중요도와 명성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모카 커피'만 보아도 아주 가깝게 남아있죠.


현재는 생산량이 과거의 명성에 비해 크지 않지만, 모카 마타리를 비롯한 예멘 커피는 신맛이 아주 좋고, 초콜릿 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며, 커피의 대명사인 만큼 오늘날까지도 높은 명성을 자랑합니다.

예멘의 커피 역사를 떠올리며 초콜릿이 들어간 모카 한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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