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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이 Feb 20. 2023

첫 번째 타투

7월의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7월의 기분만큼 행복하자고.

 2022년 8월 4일, 첫 타투를 했다. 꽤 오래 전부터 타투를 하고 싶었지만 용기도 없었고, 돈도 없었고, 막상 하려니 귀찮고,무섭기도 하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미뤄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타투를 새기게 되었냐고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2022년 1월 1일에 올해 버킷리스트에 적었고, 그래서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역시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어쩌면 힘들 때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곳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훗날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르지만 그걸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기엔 너무 자신이 바보같았다.


 언제든 타투를 받을 마음가짐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딱히 하고 싶은 도안이 없던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이것저것 재보고 고민하다 불현듯 떠오른 JULY를 내 글씨로 새기기로 했다. 말 그대로 7월. 그냥 숫자 7 하나만 새길까도 했으나 처음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했다. (간발의 차로 7월에 받지 못해서 굉장히 아쉽다.) 거창한 의미는 없지만, 난 어릴 때부터 유난히 7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 흔히 말하는 행운의 숫자 7이라는 의미가 있어서기도 하지만, 내가 태어난 달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어릴 때는 내가 행운의 달에 태어났다는 생각에 생일을 유난히 좋아했다. 미신이지만 뭔가 행운이 잔뜩 찾아올 것만 같아서. 난 7월에 태어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고, 7과 1과 3이라는 내 생일을 구성하는 숫자의 조합도 마음에 들었다. 모난 나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구석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용해 오던 아이디 끝자리가 무려 777일 정도로.


 사실 최애*의 생일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여름을 지독히도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한다. 아마 쭈욱 싫어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7월이 겨울이었으면 좋겠다거나, 내 생일만 빼고 여름을 도려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자주 했다. 이런 내가 어릴 때부터 여름은 싫어해도 7월만은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생일과 더불어 그(최애)의 생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도 안다. 이 덕질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영원할거라고 믿고 있지만 언젠가는 끝이 날거고, 그 끝은 아주 좋을지도 혹은 아주 나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 보냈는데, 이미 오래 전 피어난 마음을 없던 일처럼 도려낼 재주는 나에게 없다. 그럼 어떡해?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지금도 여전히 내 생일이 좋지만, 그 이유는 달라졌다. 축하받을 일이 잘 없는 요즘,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축하받을 수 있고, 생일을 핑계로 이루어지는 누군가의 연락과 만남, 그 속에 슬쩍 보이는 소중한 마음. 게다가 날 소중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드는 감각까지. 그렇기에 7월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마음이 들뜨는건 어쩔 수 없다. 내게는 불가항력의 일이다. 매일이 7월처럼 들뜬 하루였으면 좋겠지만, 그럼 그 소중함도 옅어지겠지. 매일 7월의 마음과 같을 수 없고, 열 두 달 중 한 달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가치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어떤 것들이 나를 짓누를 때마다 이 타투를 보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려고 한다. 7월의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7월의 기분만큼 행복하자고. 


(* 최애 : 가장 사랑함. 흔히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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