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살고 싶은 백수의 기록
33살.7년의 사회생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나는 지금 백수다.
백수가 되기로 한 나의 결정은 대문자J인간답게 다분히 계획적인 결정이었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100세 인생을 위한 결정이었다.
-
20대를 돌이켜보면
보통의 우리는 스무살에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교, 학과에 입학한다.
운 좋은 인간이라면, 원하던 학과에 입학해 대학생활을 시작하겠지만, 모두에게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다. 그런 운좋은 학생도 운이 좋지 않아 성적에 맞춰 학교 네임만 보고, 원하지 않는 학과에 턱걸이로 합격한 학생도 길어야 대학생활은 5년 안팎이다.
2-4년의 대학생활 동안 놀고 마시고 즐기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인턴도 하고 중간중간 벚꽃필 때, 추울 때 시험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취준생이 된다.
그리고 사회인이 된다.
20대 4-5년의 시간으로 우리는 사회인에 발을 딛고
20대 4-5년의 그 시간으로 우리는 남은 80년을 책임져야 하는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
얼떨결에 성적에 맞춰 경영학과에 입학했던 나는, 마케팅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생활을 여러 활동과 경험을쌓으며 마케터를 꿈꾸며 달려왔다. 누구보다 대학생활 시절 후회 없이 놀기도, 취업준비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 결실로 가장 원하던 회사에 원하던 화장품 마케터가 되었다.
언젠가 다루겠지만, 나의 첫 회사생활은 쉽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망가졌고 원하던 대기업을 동기 중 누구보다 빠르게 퇴사 했다.
그리고 27살, 지금보다 더 아늑하고 더 불안했던 한차례의 백수 시기를 겪게 되었다.
내인생 "백수 1기"라고 부르던 그때는 조금 더 무모했고 조금 더 불안했고 불완전한 상태였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다행히 오래지나지 않아, 다시 홀로 설 수 있었고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해 6년간 내 브랜드를 운영하고, 마케팅을 담당하며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이어왔다.
돌이켜보면, 마케터를 꿈꾸며 달렸던 20대 4-5년의 나의 결정이, 나의 시간들이 서른세살이 된 지금의 나의 커리어까지. 근 10년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100세시대이다. (어느 미디어에서는 120세 시대라고 한다. 소름끼친다)
앞으로 못해도 나는 70년은 더 살텐데, 실제로 일 할 수 있는 나이는 몇살일까?
65세라고 생각하면 나에겐 30년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다. 앞으로의 나의 결정들이 남은 노후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드니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33살.
아직은 여전히 도전할 수 있는 나이.
20대 초반의 5년이 10년을 이어주었다면 지금의 1년, 3년, 5년이 절대 늦은게 아니라는 생각.
내 미래의 30년과 더 노후까지의 60년을 책임 지기 위해 중요한 기로라는 생각.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자발적 백수가 되기로.
나는 "100세"의 나를 위한 결정으로 백수를 선택했다.
20대 초의 우연한 점들이 나의 30대의 선을 그었다면, 잠시 방점을 찍고 새로운 점을 찍고자 한다.
어떤 선으로 다시 이어갈지 웨이브가 될 지 실선이 될지, 점선이 될지는 모른다.
더 길게 가기 위해,
인생에 한번쯤은 백수가 되어도 좋다
나는 지금 백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