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월 탄생석 자수정(Amethyst)은 부부의 연과 닮았다. 하늘이 이어준 소중한 자수정 같다. 1) 우리 부부는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불혹을 지나 만났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살다가 만난 하늘의 인연이다.
45년 동안 미혼으로 살았기에 많은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어느 순간 기대는 없어지고, 주선자들의 소개를 거절 못 해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내와의 첫 만남은 특별했다. 나를 잘 아는 선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약속 장소, 약속 시간을 모두 잡아 놓고 통보했다. 약속 시각과 장소를 잡기 위해 미리 연락할 필요가 없어 만나기로 한 전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선배에게 소개받은 사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세요"라는 답변에 순간 놀랐다. 초등학교 3, 4학년의 어린아이 같았다. 내가 들었던 성인 음성 중에 가장 어린아이와 같았다.
다음 날 청담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녀는 강의 촬영 직후라 풀 메이크업 상태였다. 이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얼굴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 모바일폰 너머 목소리보다는 어른스러웠다. 나는 까르보나라를 그녀는 알리 올리오 파스타를 시켰다. 다른 소개팅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진행이었다.
나는 장롱면허다. 나는 택시로, 그녀는 자차로 왔다. 중간에 장소를 옮기기 위해서는 그녀의 차를 타야 했다. 우린 어색함이 싫어 한 자리에서 식사와 음료를 해결했다. 그날 우리는 5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취미, 책 내용, 여행 이야기, 운전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몇 년 간의 소개팅은 대부분 주선자의 성화를 못 이긴 만남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 만남이 없었다. 그날도 5시간의 대화를 나눴지만 '두 번째 만남을 가져야 할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은 따로 있구나'를 깨닫는데 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모든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녀와 나는 현금이 없어 발렛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녀와 나는 돈을 찾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다. 80m 정도 걸어 편의점에서 돈을 찾았다. 같이 편의점을 찾다 보니, 따로 집에 가기가 애매해졌다. 그녀는 "역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라 물었고, "네, 가까운 역에 내려 주세요"라 답했다.
그녀의 빨간 캠리를 타고 강남구청역까지 갔다. '앗, 엄청 귀엽네!' 보조석에서 바라본 그녀의 둥그스런 볼은 귀여움 자체였다. 앞모습과 옆모습의 느낌이 너무 다른 그녀의 얼굴은 두 번째 데이트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 결혼 후 아내는 5시간의 대화보다 그 잠깐의 옆모습에 반한 내가 어이가 없다면서도 싫지는 않아했다.
결혼 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되셨어요?"라고 물으면 장황한 답을 한다. 부부 두 사람에게는 결혼할 수밖에 없는 우연과 필연이 등장한다. 우리 부부 역시 만약 내가 아내의 차를 타지 않았다면, 두 번째 만남은 없었을지 모른다.
2월의 탄생석 자수정은 성실과 평화를 의미한다.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라도 서로의 성실이 없으면 금방 깨진다. 서로의 노력이 없으면 부부간의 평화가 위태롭게 된다.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 것일지 몰라도, 지속하는 것은 두 사람의 성실과 평화를 위한 노력에 달려있다. 서로의 매력에 빠져있더라도 취해서 잊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2)
당신의 삶을 존중하며, 언제나 아낌없이 응원하는 남편, 아내가 되겠습니다. 이 사람을 나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감사하며 서로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020년 2월 1일 혼인서약서 중>
1) 자수정의 청색은 하늘을 뜻하고 붉은색은 사람의 피를 상징해 자수정은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보석’으로 상징되기도 하였다.
2) 자수정(아메시스트)은 그리스어로 아메타스토스, 즉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