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무색무취한 사람'. 소개팅 전 선배는 아내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아내는 소개팅 때 내가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한다. 선배는 나를 무색무취라 했고, 아내는 나를 뻔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다. 가장 대중적인 1월의 탄생석 가넷(Garnet)과 닮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은 평범하다. 초(국민), 중, 고교를 나온 뒤 대학을 갔고, 직장에 들어갔다. 내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학군 장교(ROTC)로 복무한 것이 조금 다른 부분이다.
나는 패션 회사에서 근무했다. 패션 중에 주얼리 아이템을 다뤘다. 직장에서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고 평범했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다른 패션 감각이 있지도 않았다. 단지 성실할 뿐이었다. 신입사원 시절 평생 처음 보던 보석들의 이름을 외어야 했다. 생소했던 주얼리와 친해지기 위해 처음으로 귀도 뚫었다. 일에 관심을 갖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이었다.
10년이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어느덧 이 업종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2019년 대표이사가 되었다. 주얼리 업계에서는 1, 2등 하는 매출 2,000억짜리 회사의 대표가 된 것이다. 학군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과 성실한 태도가 임원으로,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평범하게 일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직무를 경험했다. 알맹이가 많은 과일로 자랐다.1) 나에게 2019년은 한 직장에서의 최고의 위치를 경험하고,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한 해이다.
1월의 탄생석 가넷은 진실과 우정을 의미한다. 모두 성실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성실하지 않은 진실은 위기가 닥쳤을 때 변질되기 쉽다. 성실하지 않고 요구만 하는 우정은 오래갈 수 없다. 성실은 평범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아이디어보다 그 아이디어를 꾸준히 실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성실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나는 성실함으로 인생의 전반기를 성공했다.
2020년 4월, 20년간 (정확히는 19년 11개월) 일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얼떨결에 당한 퇴사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선물했다. 올 한 해 시시각각 변했던 내 생각과 감정을 20년간 알아 왔던 보석들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무색무취의 평범한 사람이 앞으로 더 빛나는 가넷이 되기를 스스로 응원하며 글을 쓴다.
1) 가넷은 라틴어 Granatus(그라나터스)에서 유래되었으며 '알맹이가 많은 씨앗을 가진'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