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치열했지만 반투명한 아콰마린의 기억

리프레시

by Julian

3월 탄생석 아콰마린(Aquamarine)은 희미한 내 기억과 닮았다. 치열했던 3월은 희미한 기억만 남아있다. 반투명의 아콰마린 컬러와 같다.


2월 1일 결혼식을 올린 뒤 싱가포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전국이 코로나의 공포로 뒤덮였다. 회사 매출이 30% 이상 빠지기 시작했다. 2000년 입사 이후 처음 겪는 실적이다. 2010년 금융위기 때도, 2012년 메르스 때도,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고객 감소 때도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었다.


20200205_193537.jpg 몰디브에서 저녁


매출의 감소 폭이 6개월 정도 지속한다면 현금이 바닥난다. 자금팀에서 현금 보유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투자자들과 약정한 올해 EBITDA 1)는 지킬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결단이 필요할 때였다.


2020년 3월부터 사업구조 변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오프라인에서 최강자로 불렸지만, 코로나 앞에서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3월 한 달 동안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인적자원 재배치를 고민했다. 지지부진한 디지털화 속도를 높여야 했다. 아콰마린의 깊은 통찰력과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지혜의 힘이 절실했다. 엄청난 실적 하락에 충격을 받은 직원들에게 아콰마린의 희망을 보여줘야 했다. 2)


대표가 돼서 겪는 첫 난관이었다.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는 매출 하락의 좋은 변명거리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실적은 오롯이 경영자인 내 책임이다. 책임 유무를 떠나서 회사의 체질 개선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엄청난 압박과 심리적 두려움이 있었다. 선원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던 호신부 아콰마린의 영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3월의 절박했던 고민의 흔적은 희미하다. 사건들은 있지만, 감정은 없다. 이제 회사는 나와 상관없는 존재이다. 통찰력과 미래를 읽는 지혜보다, 정신과 마음을 리프레시해주는 아콰마린의 푸른빛이 필요해졌다. 20년의 직장 생활 동안 가장 고민이 많았던 순간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3월의 탄생석 아콰마린은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의미한다. 젊음은 뒤를 돌아보기보다 앞으로 나아간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아쉬움을 갖기보다 앞으로의 삶을 기대한다. 행복은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지 않고 감사하는 데서 온다.


철길.jpg 아내와 하노이에서 찍은 앞으로 나가는 철길


치열하고 절박했던 3월은 이미 과거 속의 일이다. 이제는 내 손을 떠나 이제는 완성하고 싶어도 완성할 수 없는 주제들로 고민했던 시기다. 희미해진 3월은 새로움을 기대하는 반증이다. 내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다는 뜻이다.


반투명 해 희미한 아콰마린은 어두운 밤에 밝게 빛난다. 3) 아콰마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가는 내게 힘을 준다. 젊기에 계속 도전하라고 이야기해준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말해준다. 나는 멈추지 않는다.




1)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이다.


2) 아콰마린은 예부터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상징하는 돌로, 희망과 건강을 갖게 하는 돌이라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중세에는 이 돌을 가지고 있으면 깊은 통찰력과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믿었다/


3) 아콰마린에는 '밤의 보석 중의 여왕/이라는 낭만적인 칭호가 붙어 있는데 그 이유는 어두운 밤에 아콰마린을 보면 밝게 반짝거리는 모양이 어두운 바다에서 보는 한줄기 등불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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