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이거 진짜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사실 나 심장이 세 개야.
모두가 그렇듯 왼쪽 가슴팍에 하나.
나머지 둘은 양 손등에 하나씩 들어 있어.
믿기지 않는다고?
이거 참. 꺼내서 보여줄 수도 없고.
한 번 만져봐. 지금 이렇게 둥둥 뛰고 있잖아.
가끔 손등이 저릿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느껴져.
혼란의 아픔. 밤잠 지새우는 설렘. 안 그래도 작은 몸집을 더 웅크리게 되는 수치심.
회상하고 곱씹게 되는 그런 장면들 있잖아.
이게 무엇인지 모를 때 나는 주먹을 힘껏 쥐었다가 펴.
피가 동그랗게 맴돌면서 살아있다는 게 느껴져.
쉿.
이거 진짜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선생들이 말하는 거 다 뻥이래.
어제 쌤이 수능만 끝나면 다 좋아진다고 했잖아.
애인도 생기고 밤새 술도 마시고 낭만적일 거라고 말이야.
그거 순 엉터리야. 밖에 더 좋을 건 없대.
졸업한 그 선배 말이야.
밤새 놀았던 사람들이랑 아침이 되면 데면데면 하대.
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까먹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없던 일인 것처럼 행동할 수가 있어.
그러니까 우리 평생 이곳을 떠나지 말자.
우린 손을 잡아야 해.
저 악당들로부터 지켜내야 해.
지금을 잃지 않도록 말이야.
쉿.
이거 진짜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어른들은 비밀을 말하는 법을 까먹었대.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본디 어느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대.
뭐가 비밀인지도 모르고 산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 영역까지 남을 속이고 있는지 모른대.
아마 자기 자신도 속고 있지 않을까.
미소는 잘 짓지만 웃음은 사라졌대.
우는 법도 까먹으려나.
그러면 안 되는데.
아직도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어?
왜 그렇게 빨리 다음이 되고 싶은 거야.
어른다운 게 무엇인지 그 선배도 모른대.
우리 그냥 제 모습으로 살자.
굴러가는 지우개 가루에 히히.
지금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