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용자를 처음 만나는 그대에게
"리서치 다 했어요!"
"1인 가구 증가, 소형 가전 인기, 간편식 트렌드...
자료 정리도 완벽해요!"
1년 후에도 지금처럼 소형 가전을 원할까요?
집에서 요리를 하고 싶어 할까요?
요리를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낄까요?
온라인 자료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바로 '지금, 현장에서, 사람들의 진짜 마음'입니다.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해볼게요.
오래 전 디자인 팀장이었을 때, 유아용 캐리어를 디자인하게 됐어요.
클라이언트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작은 캐리어 디자인을 원했죠. 리서치를 해보니, 경쟁사들은 대부분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었어요.
"또 다른 캐릭터를 내놓는 것만으로 이 제품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죠.
그때 떠오른 생각.
'왜 아이들에게 탈 수 있는 캐리어가 필요하지?'
그래서 어린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을 관찰하기 위해 공항에 가봤어요. 엄마 아빠가 탑승수속을 밟는 동안, 아이들은 기다리는 시간을 너무 지루해했어요.
서너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은 그 심심함에 못 이겨, 자기 만한 캐리어를 밀거나 끌고 다니기도 하고, 마트의 쇼핑카트처럼 위에 태워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아, 이래서 이 제품이 필요하겠구나!'
이런 상황과 맥락을 알게 되니 한결 디자인 방향을 잡아가기가 쉬웠어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결론을 내렸어요.
'승차감이 좋은 캐리어를 만들자!'
아이가 혼자 탈 때도, 부모님이 끌어줄 때도 바퀴가 중요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작은 플라스틱 바퀴 대신 '부드럽고 잘 굴러가는 고무 재질'로 바꾸자고 제안했어요. 클라이언트도 흔쾌히 동의했고요. 저희의 사용자 리서치가 그들의 상품기획 방향을 바꾼 거죠.
그 후 디자인 디렉터가 되고 나서는 더 본격적인 관찰 조사를 하게 됐어요.
중국 시장을 위한 프로젝트.
중국 현지의 부유한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모바일 폰을 디자인해야 했죠.
한국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하루 종일 호텔 로비, 백화점, 음식점에서 그들을 관찰했어요. 그들이 음식점 테이블에 앉자마자 꺼내 놓는 휴대폰의 개수, 놓는 위치와 사용하는 방식까지, 제가 알고 있던 한국 사람들의 행동과는 전혀 달랐어요. 그때 깨달았죠.
"자료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구나"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수많은 자료가 있었지만, 디자인의 명확한 방향을 찾게 해준 건 바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그 경험들을 통해 깨달았어요.
데스크탑 리서치로 방향을 잡았다면, 사용자 리서치로 '진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법,
사용자 리서치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데스크탑 리서치로 방향을 잡았다면
사용자 리서치로 '팩트체크'를 하는 거예요.
혼자서도 충분해요. 관찰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거든요.
만약 사용자를 만나서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혼자보다 2명 이상 팀으로 하는 게 좋아요. 그들의 '말'과 '행동'을 모두 관찰하는 거죠.
왜 이렇게 할까요?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있어요. 인터뷰 자체가 낯선 상황이라 '그럴듯한 답변'을 하려다가 실제와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죠. 말과 행동을 모두 관찰하면 그 사이에 숨어있는 '진짜 마음'을 알아내기가 수월해져요.
저는 인터뷰할 때 항상 이 4가지를 물어봐요.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많은 걸 알 수 있거든요.
사용 상황을 파악하는 질문이에요.
"아침마다요" "주말에만요" 같은 답변 하나로도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해요.
단순히 '좋아서요'가 아닌
진짜 이유를 듣고 싶을 때 하는 질문이에요.
"다른 건 무거워서" "배송이 빨라서"처럼
구체적인 선택 기준이 나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서 물어보세요.
"혹시 불편한 점이 있다면요?"
이렇게 물으면 경쟁 제품의 장단점과
우리가 개선해야 할 포인트를 동시에 찾을 수 있어요.
이 제품이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질문이에요.
"요리를 더 자주 하게 됐어요" 같은 답변에서
라이프스타일 속 제품의 진짜 역할이 보여요.
이 4가지만 준비해가도 충분해요.
하나씩 편안하게 물어보다 보면
사용자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사용자 인터뷰를 했다면 그날 바로 정리하세요.
기억이 생생할 때가 가장 좋거든요.
떠오르는 생각, 느낌, 아이디어를 모두 메모해두세요.
이때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어요.
이 씨앗들을 어떻게 키울까요?
리서치가 끝나고
본격적인 디자인을 시작하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돼요.
'아, 어제는 이 아이디어가 좋아 보였는데… 오늘 보니 이상해요'
'왜 자꾸 생각이 바뀌죠?'
다음 화에서 이야기 나누어볼게요!
디자이너에게 자주 듣는 질문: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데스크탑 리서치도 필요하고,
사용자 리서치도 필요한 거죠.
이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것,
그게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리서치할 때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관점 3가지를 정리해두었어요.
이게 인간이에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관찰이 중요한 거예요!
그때는 뭔지 몰라도
나중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아! 그때 그거였구나!" 하는 순간이 와요.
영감노트, 기억하죠?
지금이 바로 쓸 때예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자주 하는 오해가 하나 있어요.
"사용자 인터뷰하면 정답을 알려주겠지?"
아니요!
사용자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