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분 좋은 날

by 박모카

오늘은 대학 병원에 검진보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자궁 상태가 좋다고 하셨다.

자궁 경부 길이는 3cm라고 하셨는데,

일주일 전에 내가 집 주변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길이는 4.5cm여서 깜짝 놀라긴 했다.

이렇게 많이 다르다고..?

그래도 그것 외에는 딱히 걱정되는게 없었다.

자궁 경부쪽에 피떡이 있긴 하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이전에 피가 났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하고,

양수 내에 피가 돌아다니지도 않아서 괜찮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몸이 많이 나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회사 사람들이랑 연락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새벽부터 잠을 잘 못 잤는데

밤이 되어버린 지금도 잠이 안온다.

사실 눈이 아주 아프지만 잠이 안온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이 안오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 (아까는 아주 졸렸는데 사람들한테 연락올까봐 못자고 버텼더니 각성된 것 같다.)

몸이 한결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니, 목욕을 하고 싶어졌다.

최근 남편이 머리를 감겨줬는데, 시원한 느낌이 덜한 것 같았다.

몸을 숙여서 머리 감는 것은 부담스럽고,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해야했는데

목욕이 좋아보였다.

목욕을 하러 탈의를 하니, 배가 정말 나왔다.

이제는 목욕탕에 가면 누가봐도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임산부 같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어제랑 오늘 피가 안나서 드디어 산부인과를 안 가나 했는데 질염걸렸다고 오라고 했다.

아기가 활발하게 움직여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피가 자꾸 났을 때는 아가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배 안에서 아기가 움직이는게 느껴지면 안심이 되곤 했다.


이틀 정도 전부터 피나는 것 관련해서 내가 100%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병원에서 소견을 잘 말해주신 것도 있지만, 그냥 엄마의 직감처럼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전부터 비슷한 소견을 많이 들었음에도 상황이 악화되었었기에, 이번에 기분이 좋은 것은 직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피가 나올 기미가 안보였는데, 내가 정말 나았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며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오늘은 산부인과에 가서 질염약 1회분을 처방받았다.

먹으면 속이 안좋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 먹고 30분이 지나지 않아서 다 토했다.

그래도 집 엘리베이터에서 오바이트를 하지 않은 내가 참 대견했다.

오늘은 엄마가 나랑 같이 있어줬는데,

밥을 많이 먹고 집에 오니 또 집안일을 많이 하셔서 괴로웠다.

엄마는 그게 행복이라며 자꾸 집을 치우셨다.

그러다 결국 어두운 밤에 집에 돌아가셨는데, 운전하는 길이 위험할까봐 마음이 안좋았다.

엄마가 떠나고 나는 낮잠을 잤다.


아래는 엄마가 썼던 작은 일기다.

2022. 2. 20 아침 11시

모카애기가 애기를 가졌다. 갑자기 이 세상에 행복과 축복으로 가득 찼다.

2022. 2. 20 점심

저녁에 보석이(남편)와 모카가 집에 와서 한우수육전골로 점심을 같이 먹었다. 꿈같은 행복이다. 태명을 보석이와 맞추어 반짝이라고 한단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빌어본다. 예정일을 계산해보니 10월 28일이다.

2022. 2. 20 오후

너무 기뻐서 사돈한테 연락을 했다. 사돈이 사돈어른께서 며칠전 엄청 큰 호박꽃이 흐드러게 피어있고 호박꽃 아래 큰 호박들이 많이 있는 환한 꿈을 꾸셨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태몽을 꾸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 호박밭에 호박이 많이 열려 있는 꿈 **

호박의 꿈은 부의 축적, 자원, 재물을 뜻한다. 그러므로 호박의 꿈은 삶의 풍요로움과 행운이 호박과 넝쿨채 굴러 들어온다. 지신, 모신, 문화자원, 금융, 보험, 단자회사, 사업, 물품, 관용, 진실, 희망, 가족, 달콤한 사랑 등을 상징한다.

2022년 2월 21일 월 저녁

모카가 직장 출근했다가 퇴근길에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 초음파 사진 확인을 하였다. 조그만 점이 포근히 싸여있다. 오 실물로 보니 더욱 신기하고 성스러운 생각이 든다.

3월4일 오후 5시

아기집 2cm 안에 아기가 4mm 크기로 커고 있답니다. 심장 소리가 건강하대요.

엄마가 써준 일기를 읽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임신이 누군가에게도 행복이고 빛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천천히 읽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났다.

아기가 아기를 가졌다니. 엄마의 마음이 뭔지 약간은 알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임신하면 눈물이 많아지나보다.

이제는 어제 까먹고 못 한 요가를 해봐야 겠다. 오늘 낮잠자고 일어나니 꼬리뼈가 아픈 것이, 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하고 나니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여태 까먹고 안 썼는데, 피 이슈가 있던 시기에는 잘 때 발이 답답함을 자주 느끼며 잤던 것 같다. 참기 싫어서 남편한테 주물러달라고 하면 더 참기 힘들어지는 답답함이었다.

이제는 완화되었다.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아까 남편이 다리를 주물러줬는데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배가 자꾸 벙벙한게, 소화가 잘 안되는 날 같기도 하다.

아침에 아연이 든 질유산균을 빈 속에 먹었더니 그 때 부터 소화안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배를 보면 놀란다.

옷 위로 보면 잘 모르겠는데, 맨 배를 보면 어쩜 저렇게 동그랗게 나왔는지,

또 어쩜 저렇게 많이 나왔는지, 제법 임산부 같아진 배를 보며 놀라게 된다.

나는 학습능력도 없는지 볼 때 마다 놀라는 내 모습도 신기하다.

남편은 어제랑 배 크기 똑같다며 심드렁한 반응이다.

우리의 반응은 아가에 대해서도 다르다.

오늘은 아기가 하루종일 움직이고 발차기를 해서 배가 오골오골하는 느낌이었다.

앉아있을 때는 태동이 옅게 느껴지는데, 오늘따라 너무 움직여서 신경이 자꾸 쓰였다.

남편은 아직 배 위에 손을 올렸을 때 태동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은 남편이 멀리 지인 결혼식에 가는 바람에, 친정 부모님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나를 돌봐줬다.

하지만 내가 먹고 싶었던 딸기빙수를 못 먹게 되었다. 밤에 돌아온 남편한테 고자질 하는데 눈물이 났다.

지금은 입덧도 거의 없는 시기고, 여태 먹고 싶은걸 다 먹었던 전적이 있는데도 눈물이 나서 나도 당황했다. 남편은 항상 내가 먹고싶은걸 먹게 해준다. 남편으로부터 공주 대접 받다가 일반인으로 바뀌어버린듯한 서러움은 더 컸다. 딸기 빙수가 곧 시즌 종료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도 섞이며 알 수 없는 눈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이건 아마 호르몬 탓일꺼야 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

어느 출산 후기를 읽는데, 출산 직후 즈음에 남편이 고생했다며 큰 손으로 부채질을 해줬다는 글이 있었다. 손이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나는 뼈소리가 거슬렸다는 내용이 참 웃기면서도 무슨 마음인지 동감이 가기도 했다. 임신하면 별게 다 신경쓰이고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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