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사부작 사부작 매일 일을 찾아서 하는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유형의 삶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 전 마음껏 놀긴 했지만 그 때도 친구들과 놀고, 티비보고, 쇼핑하며 계속 새로운 무언가에 몰두해있었다.
집에 얌전히 앉아서 아기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처음에 우울감을 가지고 왔다.
매일 힘들다 괴롭다고 하니, 아기도 아빠가 있을 땐 아빠만 찾았다.
그런데, 길게 놓고 보니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없으니 가만히 있으면서 나를 가라앉혔다.
진흙탕물같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진주가 보였다.
고요한 시간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예전에는 남편을 머리로만 이해했다면, 마음으로 공감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아기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해주니 아기도 나에게 뽀뽀를 더 자주해준다.
내 마음도 행복함과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
계속 일을 하러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깨닫지 못했을 변화다.
변화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나타났다.
남편이랑 대화도 더 많이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깨닫게 되는게 생겼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느낌이랄까.
뭔가를 딱 짚어서 '이런걸 깨달았어요!'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면이 고요해졌다.
마음이 평온해기지까지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남편과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했던 것이었다.
사이 좋을 때 말고, 싸울 때가 중요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말이 맞다며 서로 우겼다. 상대가 말이 통하지 않는 벽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기분이 상했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억울했던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했다. 하지만 서로가 하는 말에는 마음을 꾹 닫고 있었다.
말하다 보니, 내가 내뱉은 원망의 말은 전부 내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불편하다고 지적한 점은 사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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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순을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조금 더 침착해질 수 있었다. 시간을 조금 가졌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끝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감정은 왜 생겨났는지, 우리는 어떤 면에서 다르고 어디서 오해가 생겼는지 하나씩 풀었다.
이렇게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었던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었다.
물질적인 만족보다 더 깊고 따스하고 넓은 행복감에 젖어 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