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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Feb 03. 2024

기초수급자가 돈을 빌려줬다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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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돈을 빌려줬다.

다음 월급이 들어오는 날, 갚겠다고 하던 그. 한 달 후에 돌아와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계좌 번호가 어떻게 돼?'


이 메세지를 보고 들뜬 나는, 계좌번호를 순순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는 답장도, 돈도 보내지 않고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나는 다음 날 다시 연락을 했다.

'갚겠다고 한 날까지 몇시간 안남았다!'

다행히 답장이 왔다.

'흐아 응 알겠어'

그리고 그는 또 다시 잠수를 탔다.


며칠 후, 그는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왔다.

'내가 이번 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다음 달에는 가능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한달의 유예기간을 달라는 그에게 나는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왔다.

'도와준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정말 고마워. 미안한데 나 5만원만 더 도움받을 수는 없을까? 그러면 내가 밀린 월세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 달 월급날에 한번에 갚을게.'

뭔가 태세가 전환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어렵다며 거절했다.

'이건 어려울 것 같다. 미안해.'

'혹시 만원도 진짜 어려울까?'

마지막까지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떠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무슨 일인데? 나도 넉넉한건 아니야. 너무 힘들면 알려줘.'

'만원만!' 

사실 짧아진 말투에서부터 그가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는 알았지만,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는 끝까지 친절한 사람을 배신할 수 있을까.

'보냈어. 행복하고 풍족한 새해되길!'


내 메세지를 끝으로 그는 아무 답장도, 연락도 없었다.

그가 돈을 갚기로 한지 2달이 넘었어도, 연락은 없었다.

'잘 지내니?..'

'OO아..'

다시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더이상 메세지를 읽지 않았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 사기칠 생각이 없던 사람을 결국 사기꾼으로 만들었구나..라고.

내가 착하게 대하면 그도 진심으로 나올 줄 알았다. 나쁜 마음을 먹었더라도 마음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고, 그도 누군가는 소중하게 생각하겠지. 단지 내가 아닐 뿐.

우리는 그냥 결이 다른 사람이었을까, 그 것을 조율할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에 생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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