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마다 나를 달래기 위해 생각했던 것이, '곧 나는 도약을 할꺼야. 계단 하나를 올라가기 바로 직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야. 태풍 전야가 가장 고요하듯, 지금이 변화가 시작되기의 바로 마지막 시기인거야'와 같은 말이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이 불쑥 찾아오는 시기는, 곧 큰 성취감을 느낄만한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나는 이런 알 수 없는 마음의 원천이, 변화를 꼭 필요로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내 습성에 기인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나와 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데일 카네기의 책을 읽던 순간이었다.
'매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일을 찾아라'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중국 속담에는, 장미를 건넨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는 말이 있다.'
공허함을 느끼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만 집중이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심을 타인에게로 돌린다면, 오히려 행복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기쁨을 찾았을 때, 내 마음도 같이 즐거워진다는 내용이었다. 듣고 보니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1등을 했던 일화는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썼다. 1등과 같이, 무언가 성취를 했던 사건은, 나 혼자, 내 머릿속에서는 절대 다시 떠올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은 꼭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반면, 내가 누군가의 취업을 도와줬던 일화는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기 전, 가끔 내 머릿속에 다시 재생되곤 한다. 이런 사건은 누군가에게 자랑거리로 말했던 적이 없다. 오로지 내 머릿속에 오래된 손님처럼, 불쑥 찾아오곤 하는 반가운 존재로만 남아있는 것이다. 반가운 생각이 찾아오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
나에게는 매일 마주치는, 이제는 당연해진 남편이 있다. 가족을 매일기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내 행복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다. 나는 여태 타인을 위해 고생했는데, 계속 내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해야하나 싶었다. 세상 살면서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한거 아니야?라는 심보가 올라왔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세상이 반대로 보였다. 나는 상대가 나에게 무덤덤해졌다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내가 상대에게 무덤덤해졌을 뿐이었다. 사실 남편은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기에, 그를 기쁘게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달의 목표를 정했다. 매일 남편을 기쁘게해주는 것.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평소에 대화를 즐기는 편이지만, 조금 더 따뜻한 온도의 내용으로 시도해봐야겠다. 대화의 목표가 '발전하자! 의미있는 대화를 하자! 건설적으로 살자!'가 아닌, '나는 너를 생각해'의 온도 말이다. 사실 이는 나에게 있어 굉장히 익숙하지 않은 대화법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되면 그 누군가와 동무가 된다."
-괭이부리말아이들 작가의 머리말 中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싶지만, 혼자서는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에게 많이들 권하는 책이라, '이런 유치한 것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추천도서는 절대 가벼운 책이 아니며, 어른이 되어 읽으면 더 깊이가 느껴지는 내용이 많다.
나는 항상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이 책을 읽고 한없이 겸손해진다. 인생책 리스트에 넣어둘 정도니, 여러분도 꼭 한번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