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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Jul 06. 2024

프로젝트 당 돈을 정산 받으니 생기는 일

회사를 다닐 때가 있었다. 그 때는 출퇴근이 너무 괴로웠다. 출근 버스를 놓치면 회사에 늦을까 초조해지는 것이 싫었지만, 그렇다고 평소보다 일찍 나오는 일은 7월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더 적었다.


회사가 널널하면 하는 일 없어보이는 나를 동료들이 못마땅하게 볼까봐 눈치가 보였고, 회사가 바쁘면 내 어깨가 너무 무겁노라며 신세한탄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는 월급날이었지만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적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금씩 잘 쌓여가서 나중에는 목돈이 되어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단체라는 우산 속에 지킴을 받았지만 난 자유롭지 못하다며 불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진정 자유인의 삶을 살게 되면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뭐'만 사면 10만원이다.

그리고 '뭐'만 사는 날은 생각보다 자주 있다. 하루에 여러개의 '뭐'만 사는 날도 종종 있다.

내 하루하루는 그 날 벌었던 돈보다, 지출했던 돈이 더 많이 나왔다.


시간당으로 정산받는 일을 하고, 집에서 아무때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재택업무를 시작해보니 왠지 일하기가 더 싫어졌다. 내 소중한 시간이 정말 돈이랑 1:1로 교환이 되는 느낌이었다. 당근마켓에서 알바를 찾아보니 시급은 더 적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자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 (사실 재택업무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계속 평가를 받으며 내가 왜 여기서 살아남아야하는지 증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간과 금액이 명시되어있는 계약을 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인지 모른다.) 매일 사고 싶은 물건은 새로 생기는데, 내가 버는 돈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돈을 더 벌고자 재택업무를 하다 보니, 일이 하기 싫어졌던 것이다. 생각의 재정립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일을 많이 하면 돈을 많이 번다. 반대로, 돈을 쓸 시간은 적어지기 때문에 소비는 줄어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대로, 일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할 때에는 그것을 까먹는다. 특히 재택근무로 주어진 업무 당 정산을 받는다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집중하는 시간이 곧바로 돈과 맞바뀌기 때문이다. 회사에 근무하면서는 동료들과 티타임을 해도 그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지만, 프리랜서로서 업무에 투입된다면 내가 쉬는 시간은 돈을 벌지 못하는 시간이 된다.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시간 내 소중한 시간이 타인 소유의 큰 회사를 위해 희생된다고 생각이 이어지니 마음이 그렇게 안 좋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 사업을 시작하자니 돈이 벌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꿩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에 봉착한다.


해결책은 하나였다. 돈을 버는 방법으로, 프리렌서 활동을 하던지 회사에 소속되던지 내 일을 하던지는 상관이 없었다. 다만 핵심은 작은 것 부터 천천히 쌓는 것이었다. 한 번에 로또를 바라지 말자. 당장은 돈이 벌리지 않을 것 같아도 꾸준히 하자.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나의 조각조각이, 나중에는 만리장성을 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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