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카 Jul 20. 2024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이해한 바와 달라

나도 몰랐다. 부부클리닉에 가서, 우리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애정결핍이란 것은 모두가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특히 여자라면,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있는지 확인 받고 싶어하는 존재이며, 나는 이미 안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욕구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은 달랐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꽤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지만, 남편에게는 어린아이처럼 툴툴대며 '이렇게 행동해도 나를 사랑해줘!'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 상에서 다른 누군가가 연애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메신저 대화 내용을 첨부해놓고, 이게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빨간 부분은 상대고, 파란 부분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당사자였다.


'나 좋아하지 말라고 한 적 없어'

'당황스럽지 않겠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면 돼. 지금으로썬 그렇지 않을 것 같아보이는데?'

'왜?'

'그냥 경험적으로. 사람들은 혼자 상처받고 혼자 멀어지더라고'


상대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건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상대가 어린애처럼 '나를 예뻐해주세요!' '당신은 변하지 마세요!'라고 틱틱대며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에게는 이 메세지가 호감의 표시라는 것이 꽤 명확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연애 고민을 하는 당사자가 내용을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 의외였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나도 여태 이런 말투를 쓰고 있었구나. 그래서 남편이 내 메세지를 이해하지 못했구나. 내가 어떤 모습이던지 사랑해달라고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던 것이구나. 내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를 나조차도 모른 채, 애둘러 표현하면서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랬구나.



앞으로는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좀 더 깊은 차원에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적으로 나오는 표현은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이었다. 나도 내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인식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여태 '기쁘다', '슬프다'와 같은 단순한 표현의 의미는 알아도, '외롭다'와 같은 표현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것이 꽤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또, 나는 애정결핍이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렸을 때 부리지 못했던 어리광을 남편에게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남편과의 합의가 필요했다. 다행히 남편은 이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의 메세지를 복기했다. 나에게는 당연하고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메세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명확하지 않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 깊은 곳에서의 본연적인 메세지가 뭔지 알아채는 것에 집중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