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세이클럽 타키

by 박모카

자기전, 잊고 지내던 기억이 문득 났다.

"나 초딩때도 글귀 많이 썼었지-!"

세이클럽 메신저에 한줄 적는 알림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문구를 잔뜩 만들곤 했었다. 세이클럽에 연동된 카페에 공유하곤 했는데 쏠쏠하게 인기가 있었다. 그때는 문장에 특수문자를 넣는 것이 유행이었다.


ㅇㅖ를 들ㅈ├면 이런거(ㅋㅋ)


추억팔이 1.

나는 문장보다도 특수문자를 예쁘게 잘 넣는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 때 특수문자를 하도 써서 아직도 손에 익다..

그때 내가 적었던 기록을 찾을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세련되게 잘 뽑아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왜곡된건지 아닌지, 그 때 만들었던 것을 찾아보고 싶지만 그때의 기록은 다 사라진 것 같다 ㅠㅠ)


추억팔이 2.

딱 하나 기억나는 글귀가 있다. 한창 강철의 연금술사에 빠져있을 때였다.

별명 (닉네임 적는 란, 아마 8글자 이하인가 그랬던 것 같다.): 등가교환

알림말 (한 줄 적는 란) : 하나를 취하면 하나는 포기해야해


이런 느낌의 말이었던 것 같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일 정도로 흔한 컨셉이라서 쉽게 적은 문장이었다. 30개 정도 문장을 만들어서 카페에 올리곤 했는데, 갯수채우기 용으로 우다다 만들었던 것 같음,, 그렇게 가볍게 쓴 문장이었는데 누군가가 댓글로 '강철의 연금술사! 등가교환은 항상 옳죠 ㅎㅎ'라고 해서 신기했다. 그걸 떠올리면서 썼는데 바로 알아봐주다니 라며. 덕분에 이 기억은 생명을 얻어서 벌써 2n년째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추억팔이 3.

활동하면서 썼던 닉이 기억난다. 래쮸.

어쩌다가 나온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것을 보니 꽤 오래 썼거나 꽤 입에 붙는 단어인가보다. ㅎㅎ


근데 나 창피해하지도 않고 닉을 썼었네..? 세이클럽을 친구들이랑 채팅하는 (그 당시에는 문자보다는, 컴퓨터로 들어와서 채팅하는 걸 더 많이했다. 문자는 실시간이 아니고 컴퓨터 채팅은 실시간인 느낌이라, 수다떠는 용도로 쓰였다.) 데에 다 보였을 텐데 말이다. 래쮸가 뭐냐고 한 번도 물어봤던 친구가 없던 걸로 봐서, 그때는 본명을 닉에 쓰지 않는 문화였던 것 같다.


추억팔이 4.

알림말을 만들어서 올리는 카페에는, 가끔 누가 디제잉을 하기도 했다. 청취자들한테 모두 두 단어의로 닉네임을 바꿔달라고 하고, 그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서 사람들 닉네임을 다 읽어주던 분이 기억난다. 되게 신기해했는데..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비누'를 밟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닉을 써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데 꽤 잘하셨다. 목소리도 어떻게 했는지 목욕탕 안에서 귀엽게 울리는 느낌으로다가 방송하셨던, 나에겐 정말 으른같은 사람이었다.



추억을 더듬더듬 짚는 것 보다, 아무래도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시켜 줄 증거를 찾고 싶었다. 그 때 그 시절에 쓰던 아이디를 찾고 싶었다. 어린 날의 내가 잔뜩 싸놓은 글귀를 보며 오글거려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나, 내 아이디는 소멸되었다. 혹여나 남아있다고 해도 카페 서비스는 종료되었다. 혹여나 남아있다고 해도 인터페이스라던지, 서비스 내용이 싹 바뀌어서 그때의 감성을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 때는 그게 일상이었기에, 추억 저장용 스크린샷을 찍어놓는다던가, 하드 드라이브에 고이 모셔놓는다던가 하는 생각을 못했다. (지금도 내 일상을 어디에 저장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기도 하다. 무한반복!) 없어져버린 추억이 아쉽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온라인상에 기록하는 것'들도 사라져버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 현실 자각

네이버는 어찌저찌 살아남는다곤 쳐도 (10년 넘게 이런 저런 기록을 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아기 키우면서 비공개 일기를 쓴다.) 브런치는 10년 후에 없어질 가능성이 꽤 있어보이기도 한다. 서버에 저장되어있는 글이 삭제되면, 내 글은 영영 사라지는 거잖아?라는 생각에 미쳤다. 하.. 안되겠다 내 글들은 내가 따로 문서화해놓아야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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