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밴쿠버에 놀러왔다. 여기에 지내면서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기 때문에, 최대한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 마침 때가 크리스마스 기간이라, 볼거리가 가득했다. 낮에는 쇼핑센터에 산타가 등장했고, 밤에는 휘양찬란한 불빛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왔다. 어느곳에 가던 사람은 북적였고, 아기에게 뛰지 말고 천천히 걸으라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기가 밖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러다가, 날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집 근처 카페에 들렀는데, 아기가 걷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이왕 걷는거 밴쿠버에서 유명한 스탠리파크에 갔다.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걷는데, 이곳이 아기에게 정말 필요했던 곳임을 깨달았다. 볼거리가 가득한, 돈이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최신 문물은 아기에게 그닥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좀 더 자극적인 체험을 아기에게 시켜주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며, 매일 '오늘도 적자군'이라고 한숨쉬던 엄마는 바보 엄마였다. 정말 아기가 즐기는 것은 편히 앉아서 뭔가를 구경하는 것보다 걷는 것, 뛰는 것, 활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활동을 하는데에는 큰 돈이 들지도 않았다. 가장 건강하고 심플한 삶을 사는 데에는 오히려 돈이나 복잡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전에도 알고있던 너무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이것을 몸소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