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어야 해! 돈을 벌어야 해!
자본주의 시대의 나는 돈을 좋아했고, 그냥 돈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 이 '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으로 바꿔본다면?
매일 매일 돈을 조금씩 모아왔던 지난 날 처럼,
매일 매일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을 적립해오는 삶을 살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도울 일이 제법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 없이도 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 이렇게 의미가 없는 존재였나 싶었다.
도와줄 사람을 모색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에게 먼저 잘해야지 건강한 삶이지. 암.
남편이랑 같이 육아를 하고 있는데, 하루에 테니스를 한 번만 갈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보통의 날에서, 하루에 테니스를 두 번 갈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남편이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뭔가 깊이 남을만한 도움거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또 도움을 줄 거리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헤맷다.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한 스레드에 글을 올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돈이 필요해 보였다. 이전에 얼굴을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상처받은 적이 기억났다. 돈으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나는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 방황했다. 종착역을 하나 찾았다. 내가 해외살이를 하는 것 처럼, 우리 부부의 부모님을 해외 한달살기 보내드리는 것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넉넉하게 천만원 정도면 부모님께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드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천만원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일거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잠깐! 내년이면 천만원이 생기잖아? 싶었다.
캐나다에서 육아휴직하며 받는 돈을 안쓰고 그대로 놔두면 천만원이 되는 것이었다. 필요한 것이 생기면 바로 리소스가 제공되는 현실이 신기했다. 내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아주 빨리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천천히 잡기로 하고, 또 도와줄 거리를 모색하며 다녔다. 부모님 해외살기 같이 큰 일은,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생각을 해야 보석같이 반짝반짝하고 소중한 아이디어가 툭 나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의 나와 오늘의 나 중 다른 점은, 이제 1일 1도와주기를 하고 다닌다고 떠벌린다는 것이다. SNS에도 말하고, 남편한테도 말하고, 엄마한테도 말했다.
한편, 이모도 최근 푹 빠져 있는 일에 대해 주위에 떠벌리고 다녔다.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서, 이것에 대해 말로 꺼내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상은 바로 향초만들기였다. 은퇴와 함께 새로 할 거리를 찾고 있던 이모는, 거금 150만원을 들여 향초만들기를 배웠다. 아주 정성에 정성을 들여서 향초를 만들고 있던 이모였다. 그리고 엄마랑 통화를 하던 차에, 우연히 이모도 엄마와 같이 있었다.
이모의 근황을 듣고 난 나는, 또 다시 내가 도울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소상공인 정부지원금 받기가 내 전문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잘 몰랐다. 사실 물건을 파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자 보람이지만 나는 아쉽게도 이것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모를 돕기 위해 잔잔히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은, 캐나다에서 팔아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재고객이 얼마나 있나 확인을 하기 위해, 캐나다 당근마켓에 툭 던져놓았는데 5일째 아무도 미끼를 물지 않았다. 향초의 가치를 좀 더 높이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레이저 커팅기를 이모에게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누군가를 도와줘서 오히려 내가 곤란했던 적도 있다. 내가 캐나다 집을 떠난 후, 나 다음에 살 세입자를 직접 찾아 헤맷던 때였다. 적합해보이는 사람을 찾았다. 이 사람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굳이 내가 집주인과 딜을 하여 월 100달러씩 월세를 깎아줬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내가 너무 잘해주는 것이 수상해보였나보다. 월세를 깎는데 성공하고 다음날부터, 그는 나와 대화를 하지 않고 모두 집주인과 다이렉트하게 얘기를 하였다. 나중에 만났을 때에도 뾰루퉁한 얼굴인 것이, 나에게 오히려 뭔가 불만이 있어보였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화 참고) 마음을 써주고도 욕을 먹는 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좋은 것만 보고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까지가 1일 1 도와주기 근황이다. 마땅히 도와줄 거리가 없어서 실수로 하루 빼먹고 지나갈 뻔한 날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주 사소하게나마 누군가를 도와줄 건수가 하루하루 생겼다. 내일은 또 누굴 도와줄 건수가 떠오르는 바가 없지만,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조금씩 도움의 가치를 창출해가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