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게 좋은거

by 박모카

이전에 이 집을 하겠다던 세입자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세입자를 구하는 것을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과 연락하고, 집을 치우고, 예약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품이 많이 갔기 때문이다. 가구는 사람을 부르면 몇십만원에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라, 더이상 집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싫었다.


한 편, 이전에 뷰잉을 하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났다. 저번에 계약하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 생겨서 뷰잉을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던 사람이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에, 이 사람에게 다시 연락했다.


"아직 집 못 구하셨으면 우리집도 보러 오세요"


말을 하고 또 후회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나라서, 또 일을 만들었다. 일을 만드는 것은 번거로운 것이기 때문에 후회했다. 이 사람도 우리 집과 계약을 할 확률이 낮아보였기 때문에 번거로운 일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그녀가 집을 보러 왔다. 놀랍게도 계약을 하고 싶댔다. 나는 집주인 아저씨 연락처를 전해줬다. 그렇게 일이 생각보다 빨리, 쉽게 끝나는 줄 알았다. (이 집은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집주인 아저씨가 내가 나간다고 했던 날짜 이전에 나간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마음대로 내 이사날짜를 앞당겨버렸다.. 의도치 않게, 우리 가족의 신변에 불안정성이 생겨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 괜히 도움을 주려다가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았다. 1일 1도움은 계속 되었지만 이렇게 의도하지 않게 일이 꼬이는 날도 생긴다. (집주인 아저씨는 새로 올 사람에게 날짜조정을 하라고 하지 않고, 우리보고 집을 약속보다 더 일찍 비우라고 하셨다. 그 전에는 집을 일찍 비우면 한달치 렌탈을 다 내라고 했으면서.. 해외에서는 믿을만한 사람 하나 없다는게 서운했다.)



이번에 집을 내놓으며 알게된 꿀팁이 있다. 집에 대한 정보를 정성스럽게 쓰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보통은 집주인이 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만 올려놓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집 주변이 안전한지, 동네 주민의 담배 연기가 내 집으로 들어오는지, 윗 층은 시끄럽지 않은지 같은.. 이곳에 실제로 살아봤던 사람의 리뷰다. 그래서 내가 이런 부분에 대해 적었을 때, 사람들은 열렬히 반응을 하며 이 집을 보고 싶다고 했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찔러보기식 연락이 많았다. 그래서 집을 보고 간 후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연락도 바로바로 끊겼다. 나는 기존 집 소개 글에, 질문을 추가해서 다시 올렸다.

-가구를 테이크오버 하실껀가요?

-제 이름으로 편지가 도착하면, 저에게 전달해주신건가요?

-언제 이사오고 싶으신가요?

-어디서 이사오시나요?

총 4가지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글을 읽지 않는듯했다. 집 소개글 맨 위에 '질문에 답을 해서 저에게 연락주세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답변드리지 않아요!'라고 적었지만, 90%의 사람들은 그냥 집 보고 싶다는 메세지만 보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연봉에 대해 적었지만 내가 정작 궁금해하는 것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답변을 준 두 명에게 우선적으로 집을 보여줬다. 두 사람 모두 집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 사람이 이전에 소개되었던 사람이다. 다른 한 명은, 3개월 살아보고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집주인 아저씨는 3개월은 너무 짧다고 거절했다. (우리도 3개월에 묵시적 계약을 하며 살았는데.. 이 부분은 아저씨 마음이다.) 두 사람이 없어지자, 답변을 뒤늦게 주었던 한 명에게 연락하여 집을 보여줬다. 그녀도 이곳에 살고 싶다고 했다. 내 질문에 답을 해준 사람 3명에게 집을 보여줬는데, 모두 이곳에 살고 싶다고 얘기한 것이다! 무려 100%의 확률이라니.


이번에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뭔가를 팔고 싶으면 그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어야 하는구나.. 하고.

질문거리를 던져서, 내가 쓴 긴 설명글을 읽었는지 확인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파는 것에 진심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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