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의 삶

by 박모카

5.0은 내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 평점이다.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는 북미의 당근마켓같은 곳이다. 리뷰가 15개 정도 쌓여서 그런가, 갑자기 신뢰도가 확 상승한듯 하다. 나는 요즘 아주 다른 세상을 맛보고 있다.


처음에 물건을 팔기 위해 계정을 생성했을 때에는,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문의가 오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나는 이게 아이템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GRE 새 책) 가격을 한없이 내려도 책을 사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귀국하기 위해 물건을 몇 개 올렸다. 페이스북에서 내 계정을 밀어주는지,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에는 몇 달을 기다려도 찔러보기 문의가 하나 들어오는 정도였다. 거래를 몇 번 하며 나의 평점도 생기니 물건을 올리면 2달 내에 팔리는 정도가 되었다. 평점이 더 쌓여, 저번에 집을 내놓았을 때에는 게시물 올리고 만 하루가 지난 후, 즉 '리뷰 중입니다'메세지가 사라지자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물건을 올리고 '리뷰중입니다' 메세지가 게제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의가 쏟아질듯이 들어왔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우연인줄 알았다. 예를 들어, 휴대용 가스 버너는 현지의 왠만한 곳에서는 잘 안파는 아이템인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찾는 제품인 것 같았다.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국마트에서 구매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떼다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물건을 올렸을 때에도 '올리자 마자' 문의가 우르르 오면서, 나중에는 첫 술에 선입금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여기 북미에서는 사람들이 중고 거래시 꼭 물건을 본 후 돈을 지불 하기 때문에 이 메세지를 읽었을 때에는 꽤 놀랐다.


5.0/5.0 평점의 위엄은 가히 대단했다. 페이스북에서 내 게시물 노출을 많이 시켜서 밀어주는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내 물건에 신뢰를 하는 정도도 어마어마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데, 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확 바뀌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이제는 오랜친구가 된 캐나다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내가 못생겼었어. 그 때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지. 어른이 되고선 잘생겨졌어. 그래서 누군가는 내려다보는 못된 심보도 생겨났어. 요즘의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착해지려고 노력해. 매일 싸워.'

나는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페이스북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니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니, 물건을 산다고 해놓고 거래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은 가볍게 지나치는 여유가 생겼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꽤 하류인생이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쓴 이력서만 가히 1,000개가 넘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웃기게도 나는 아직도 미취업 인생을 살고 있다. 창업을 하며 물건을 팔려고 했지만 내가 팔 수 있는 단가와 고객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은 너무 달랐다. 자선사업 아니고서는 판매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내가 마켓플레이스에서 올리는 물건마다 무한한 신뢰를 받으며 서로가 '내가 살래!'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세상이 뒤집어진 느낌이었다. 상승선에 타면 모든게 쉬워지는 마법을 겪어보니, 세상은 정말 불공평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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