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를 몇 개월 남기고, 차 계약을 며칠 연장하기 위해 렌탈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내 계약 정보를 잘 찾지 못해서 애쓰다가, 꽤 오래 헤맨 끝에 찾았다. 그런데 하는 말이, 내일 바로 차를 반납하라는 거였다. 차가 팔렸으며, 반납하지 않으면 견인된다고 했다. 이번에 타던 차를 반납하면 어떤 모델의 차로 바꿔주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확정해줄 수 없다고 했다. SUV가 지금 있냐고 물어보니까 없다고 했다. 완전 깡패같다. 내가 들은게 맞나 싶기도 하고 스캠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황당해서 말을 못하고 있으니 상대쪽에서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다음 날 렌트카 회사측에 전화했다. 오늘 가면 어떤 차로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니 'Same one, SUV 돌머리'가 있다고 했다. 인도인 발음이 어려워서 잘 못 알아 들은 것이다. 어쨋던 같은 차라고 하니 일단 갔다. 가는 내내 '또 말을 바꾸면 어쩌지', '다른 사람이 이미 빌려갔다고 하면 어쩌지', '아주 작은 차로 강등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며 갔다. 캐나다는 그런 곳이니까.
가보니, 우리가 탔던 차랑 똑같은 모델의 차가 있었다. 직원에게 어떤 차로 바뀌냐고 물어보니 직원은 1초 정도 고민했다. 미리 정해놓지 않은 듯 했다. 폭스바겐을 가리키며 '저거로 할래?'라고 물었다. 독일차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기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차에 있는 짐을 옮기는 동안에도 직원이 와서 '이 차 안된대'라고 말할까봐 두려웠다.
알고보니 새로 바뀐 차는 Volkswagen Taos 2025로, 기존 차보다 천만원 가량 더 싼 차였다. 하지만 내부가 기존보다 더 넓어서 대만족이었다. 지프차는 튼튼하지만 딱딱해서, 주행할 때 덜컹거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폭스바겐 소형 SUV차는 조금 더 부드러웠다. 평생 소장하지 않을만한 브랜드의 차를 종류별로 타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이용하는 렌트카 업체는 구글 평점이 1점이었다. 그들은 차를 반납 받으면, 반납받았던 상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는 것 같았다. 내부에 들어와보니 눌려 죽어버린 모기가 눈 앞에 붙어있었고, 이전 사람이 붙였던 네비게이션 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있었다. 이정도면 일부러 자국을 냈나 싶을 정도였다. 차는 분명 올해 모델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뭔가를 붙여놓은 자국이 생길 수 있나 놀라웠다. 하지만 티코같이 아주 작은 차로 바뀌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가 타보지 않은 또 다른 브랜드의 차를 탈 수 있는 것으로 우리는 매우 감사했다.
폭스바겐 차로 바뀐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다. 본사에서 4개월 이상 렌탈을 하는 것을 막아두고 있기 때문에, 영업점으로 와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 차를 바꿔갈까 조마조마하면서 갔다. 갔더니 비용을 올려서 계약서를 작성해놓았다. 황당했다. 금액과 날짜를 애초에 정해놓았다고 따지니까 다음에 오라고 했다. 다음에 오라고 할 때만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 본사에서 메세지로 일방적인 통보만 했다. '당신 차 계약이 만료된지 오래 되었으니 어서 반납하세요.' 이에 대해 내 처지를 말해주려고 해도 답장을 읽지도 않는다. 안내되어있는 번호로 전화하니 끊긴다. 나에게 전화가 왔던 적도 있는데, 딱 한 번 신호음을 주고 끊어버렸다. 영업점에서 다시 연락이 오기 전까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가 잘못을 뒤집어 쓰면 어쩌지 걱정도 많이 되었다. 다행히 영업점에서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다시 연락이 왔다. 같은 가격으로 해준다고 했지만 또 무슨 변수가 있을까 덜덜 떨었다.
영업점에서는 가격이 조금 올라가있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차도 Nissan Kicks로, 또 등급을 내려서 차를 바꿔버렸다. 애초에 계약했던 금액과 왜 다르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렌탈이 끝나고 가격을 맞춰주겠다고 했다. 구두로만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자필로 계약서에 '돈을 맞춰주겠음'이라고 적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뭔가 숫자를 적는데, 자기 직원번호라고 믿고 있다. 차의 등급이 또 내려가니 이제는 새로운 종류의 차를 탄다고 신나는 마음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마지막엔 어떻게 되었나고?
차를 계속 타보니 너무 작아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렌터카측에 요청을 했다. 처음에 그들이 약속했던 차를 받지 못했지만 (결국 그 차도 알고보니 결함이 있어서 다른 곳에 팔아버렸다고 했다. 운전대가 비뚤게 붙어있는 것이 그냥 우연인줄 알았던 우리다.) 그건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돈을 더 내고서라도 더 큰 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9시간 운전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튼튼한 차로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은 차가 없다며, 나중에 다시 전화해보라고 했다.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니 또 다음에 전화하란다. 다음에 전화하니, 이번엔 내 이름만 듣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황당해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그 이후부터 전화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도 그들과 더이상 소통을 이어나갈 추진력이 떨어졌다. 차를 반납할 때가 다가오자 계약서 만큼만 돈을 청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그들의 행적으로 보아 돈을 더 많이 빼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 3달은 약속했던 금액만큼 돈을 빼갔다. 나중에는 임의로 숫자를 찍은 듯,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만원으로, 3만원 등 한 달에도 몇 번씩 마구잡이의 액수를 긁어댔다. 현지에서는 한국 카드사에 상담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앱으로 청구 금액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용내역과 청구내역의 돈이 달라서 헷갈렸다. (어느 달은 400만원이 청구되었지만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가간 금액은 200만원이었다.) 귀국하면 가장 먼저 카드사에 전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차를 반납할 때에는 그들에게 정산이 잘 되었는지 묻고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영수증이라고 준 것이, 처음 계약할 때 줬던 종이랑 똑같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이 사람이랑 더이상 대화가 안 될 것 같았다. 오류가 없기를 바라기만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귀국해서 알아보니 내가 확인했던 금액은 엉터리였다. 일단 캐나다달러랑 원화 금액에 차이가 많았다. 1,000캐나다 달러가 청구되었던 어느 달에 원화 결제 금액을 보니, 150만원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1 캐나다 달러는 1,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카드 상담원에게 물어보니, 주유비라던지 딱지 등의 이유로 추가로 돈을 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직원이 차에 이상이 없음을 모두 확인하고 반납한 지금. 50만원이 추가 인출 된 상태다. 캐나다 달러로 청구된 금액은 그들이 약속했던 금액보다 적었지만,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50만원이 약속 금액보다 더 나간 것이다. 그곳은 구글 별점이 1점인 곳인데, 차를 빌리던 당시의 나는 싸게만 빌리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니, 그들이 싼 값에 던진 미끼는 사실 사기였던 것을 알았다.
차를 렌탈하던 도중에도 렌탈업체 지점에서 일이 생겨서 계속 편의를 봐주며 방문했던 적이 있다. 여섯번 정도를 방문했는데도, 매니저라는 사람은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었다. 그곳에 갈 때마다 '매니저는 어디있어?'라고 물으면, '퇴근했어'라던지, '안 나왔어'라고 했다. 맨 마지막에는 '2주 전에 다쳐서 병원에 갔어'라고 했지만 매니저와 나는 1주일 전에 통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거짓이고 진실인지 모르겠는 그들을 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캐나다에 돈을 벌러 온 인도인들이었지만 현지에서보다 더 악랄하게 영업을 하는 그들을 보며 치가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