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귀국하기 보름 전, 엄마 아빠가 캐나다에 놀러왔다.
엄마 아빠가 엄청 행복해 했다. 이곳은 1월 달에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았던 8월달 밴프 캠핑장소였다. Two Jack Lake side가 괜찮은 캠핑장이라고 추천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끝에 있고 강가 옆에 있는 프라이빗한 느낌의 52번 오텐틱 텐트였다. 캠핑은 어렵고 장비가 많이 없는 사람, 아기랑 같이 여행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가기 위해 꽤 고심해서 고른 곳이다. 혼자 배낭여행 10년차 경력이어서 이젠 제법 여행의 달인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생각치 못하게 부모님도 같이 이 캠핑장에 오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먼저 숙소에 도착했는데, 오자마자 사슴 두 마리가 우리 숙소 앞을 서성였다고 했다. 뭔가 마법의 장소처럼.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초록빛 강가를 따라 난 오솔길을 산책하며 부모님은 연신 너무 좋다를 외치셨다. 엄마 아빠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 건, 내가 인서울 대학교에 붙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행복의 원인이 나라는 것도 좋았다. 날씨도 적당했고 햇빛도, 위치도 모든게 완벽했다.
심지어 직화로 장작불 고기를 구웠는데 엄청 맛있었다.. 겉바속촉인 삼겹살이 되었는데 이건 태어나서 먹어본 몇 안되는 손에 꼽는 맛이었다. (다음 날에는 호일 그릇에 장작불에 구웠는데 그 맛이 안 났다.)
밤이 되었다. 첫 째가 드디어 잠에 들었다. 아빠가 잠시 밖에 나갔다가 왔는데 엄마가 잠꼬대처럼 아빠한테 물었다. ‘별이 쏟아져?’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했는데 아빠는 ‘응’이라고 했다.
잠이 많이 왔지만 별은 못참지. 같이 밖에 나갔다. 어른들 모두가 우르르 나갔다.
아…..! 하늘을 보니 이건 누워서 봐야하는 거였다.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쏟아지는 별이었다. 호수에 가서 별이 정말 비치는지 봤다. 잘은 안 보이지만 밝은 별들은 호수에 비쳤다…. 와…..
가족들한테 돗자리를 가지고 오라고 했으나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왜?라는 눈치였다. 내가 방에 들어가서 돗자리랑 이불을 들고와서 누으니, 남편이 옆에 누웠다. 그러곤 아빠가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들어왔는데 나는 밀려 나왔다. 그래서 나는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더 두꺼운 아기 매트를 또 가지고 나왔다. 엄마 옆에 매트를 붙여놓고, 4명이서 오손도손 이불을 함께 덮고 하늘을 봤다. 별똥별이 두 개나 떨어졌다. 아빠가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를 시처럼 알려줬다. 엄마가 별이 내는 에너지를 과학적으로 풀어서 말해줬다. 그리곤 쟤네도 사람과 비슷하다며, 별에 대한 애정있는 이야기를 이었다. 남편은 저기 보이는 뿌연게 은하수같다고 말했다. 평소에 별을 주제로 얘기를 했던 적이 없던 우리였는데, 신기하게도 별에 대해 그렇게 할 말들이 많았다.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눈의 시력이 좋았으면, 좋았으면 하는 것이, 예전에 혼자 여행하며 별 보러 다녔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는 진짜 추운 곳, 외진 곳 다 다니면서 별을 잘 못봤는데.. 지금은 이불 하나 깔고 따뜻하게 이렇게 쏟아질듯하게 잘 보이는 별을 보니 너무 신기했다. 하염없이 별을 보고 있으니, 별이 이어져 보였다. 옛 사람들이 별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별이 진짜 잘보이니까, 별자리가 이어진 것이 그냥 보이더라..
정적이 깨진 것은, 뭔가 ‘툭’하고 떨어진 소리를 들었을 때다. 갑자기 어제 곰이 나타났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에이 설마하고 무서운 마음을 가라앉히며 또 니 별 내 별을 찾았다. 10분쯤 있다가 또 무슨 소리가 났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곰이 오는가 싶어 얼른 일어났다. 아빠 신발 한 짝, 엄마 신발 한 짝을 아무렇게나 신고 내가 제일 먼저 숙소로 들어갔다. 이거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아주 낄낄댔다.
두시간은 누워있으면서 오래오래 별을 관찰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숙소로 들어온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숙소 바로 안에 있는 의자에 누워서 별을 봤다. 끽하면 문 안으로 들어갈 심산으로..
이불을 숙소 안으로 치우고 의자 위에 있으니 꽤 쌀쌀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더 젊을 때에는 더더더 추운 극한의 날씨에도 밖에 잘 있었는데..
숙소로 들어온 김에, 자려고 누웠다. 10분 정도 또 있으니 뭔가가 쇠를 건드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하게 났다. 아빠가 ‘곰이다’라고 했다. 내가 ‘곰? 진짜?’라고 물었다. 아빠가 ‘응. 조용히해’라고 했다. 우리가 조용히 한 이후에도 쇠 소리는 머리 맡에서 한 번 더 쨍그랑 났다.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곰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오줌을 꾹 참았다.
다음 날 아빠가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곰은 아닌 것 같아. 쿵쿵 발자국이 안들렸잖아. 아무래도 어제 체크인하면서 봤던 사슴들이 아닌가 싶어.’
엄마는 일어나서도 꿈꾸듯이 말했다. 60년을 살면서 그렇게 쏟아지는 별은 처음 봐.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별은 처음 봤다. 별을 봐서 신나는 나날이었다. 다음 날에도 별이 잔뜩 나타났지만 곰이 나타날까봐 밖에 눕지는 못했다.
나중에 현지인 친구가 말해줬는데, 아무리 사슴이라도 야생 동물은 위험하다고 했다. 사슴 뿔이 뼈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여기에 치이면 대형사고라고 했다. 안전하게 몸을 대피해놓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