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쉬운 직업이 있다. 바로 통역사다. 여러 상담원들을 만나며 새로이 알게된 사실이 있다. 사실 상담원의 재량은 어느정도 있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이 상담원은 이렇게 대응하는 군, 저 상담원은 이렇게 대응하네 하며 고객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에 따라 얻어갈 수 있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이 똑같아도 고객에 따라 대응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나도 통역을 할 때, 우리나라 사람이 최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얘기를 한다. 예를 들자면, "00 해주세요"라고 하는 경우, "provide me 00 please" 라고 하는 것 보다, "do you think you could ~"라며 조금 더 길게 말하는 편이 라포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
통역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남의 삶을 잠시나마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 렌탈 회사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 견인된 상황, 사고난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다. 논픽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누군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받는 상황이 꽤 즐겁다. 특히 나도 오래 이용했던 차 렌탈 회사에서 전화가 왔을 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고객 경험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내가 고객이었을 때 경험했던 것과 또 다른 것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에는 특유 나라 발음의 상담원만 배정이 됐다. 그들은 도움을 줄 재량이 없었고 내가 하는 말도 못 알아들었다. 통역사로 일하며 받은 고객센터 전화는 모두 상담원이 원어민이었다. 그들은 꽤 능력있고 유연하게 일을 했다. 일단 상담원이 언어에 장벽이 없으니, 견인 회사에 전화도 걸어주고 고객 대신 얘기해주는 등 자유롭게 활동했다.
다양한 군에서 전화를 받다 보면 그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살짝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처에서 전화가 올 때가 있다. 복지 수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사하는 이력을 보면 생각보다 세세해서 놀랐다. 은행에서 대출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어느 집에서 살았는지의 이력 확인이 카드 사용 이력이나 일자리 이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필수 코스라는 것도 통역을 하며 알게 되었다.
생각치 못했던 것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전화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니 깎아주세요."도 미국에서는 통한다. 군 설명 없이 그 한마디에 바로 "네 앞으로 반 가격에 1년동안 쓸 수 있게 해줄게요. 스피드는 더 올리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을 듣고 황당했다. 비슷한 사례로, "일반적으로는 불가하지만 예외상황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기업에 규칙이 있지만 예외 상황이라는 것이 허용되는 것도 목격하며 세상의 자율성을 배우는 느낌이다.
아래는 추가적으로 통역을 하며 느끼게 된 점이다.
-통역을 하며 어른이 되는 느낌이 생겼다. A라고 누가 말을 해도, 그 의미의 뒷편에는 B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느낌이랄까.
-상담원이 말을 할 때 왜 방어적으로 하게 되는지, "저의 경우는 모르겠네요"라고 본인에 한정을 지어 대답을 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순진하게 눈 앞의 말을 다 믿었다면, 지금은 '다른 상담원이랑 얘기해봐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