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는 고독한 배우다

by 박모카

통역사는 특징상, 개인 플레이적인 성향이 심하다. 내가 경험했던 전화상의 통역 경험으로는 혼자서만 일을 했다.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일반적으로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것이 이 분야의 특징이다. 일의 결과 역시 오로지 나의 책임이고 내가 한만큼 나온다. 무임승차는 상상도 못한다.


회사일을 할 때에는, 팀워크가 필수적이었다. 일을 하며 의견의 충돌이 있을 때마다 괴로웠다. 특히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한 나는 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통역 업무를 하면서는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일을 하며 내가 뭔가 실수를 하게 되면 그것을 커버해 줄 사람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통역 업무에 있어서 상대가 말을 할 때, 이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할 때 긴장도는 다른 업무보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계점으로는, 목소리를 너무 많이 써서, 혹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혹은 통역 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될 경우에는 그만큼 돈을 받지 못한다. 정직원으로 어딘가서 일을 할 때에는 병가 등의 복지가 있었는데, 프리랜서 개념이 강한 통역 업무에서는 그런 부분이 배제된다. 팀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내가 일한 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내용의 업무에 투입될 때도 있다. 최근 전화는 '변비', 혹은 '항문에 출혈'을 키워드로 이루어졌다. 회사에서는 통역사를 위한 트라우마 상담 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반면, 처음 투입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때도 있다. 덕분에 처음 보는 상황이라도 파악 능력이 빨라지고 잡다한 방면에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이런 특징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통역을 하는데 꼭 필요한 물리적 요소가 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는 상황과 조용한 환경이다. 회사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만 접속을 요구하기도 한다. 요즘 인터넷은 어디에서도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방해요소가 되지 않지만, 조용한 환경은 꽤 까다롭기도 하다. 나의 경우는 아이들이 깨어있기만해도 백그라운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다. 나와 같이 교육을 듣던 사람은 강아지가 많이 짖어서 업무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세팅을 잘 해놓으면 이곳만큼 일하면서 마음이 편한 곳은 없기도 하다.


통역을 하며 메모를 하게 되는데, 내 경우는 부기보드가 꽤 유용하게 쓰였다. 취업과 함께 A4용지 크기의 부기보드 2개를 선물받았는데, 딱 이정도의 메모가 콜 하나를 감당하기 충분한 분량이 된다. 콜이 끝나면 클리어 버튼을 눌러서 내용을 바로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가 나와 환경적으로도, 정보 보안적으로도 안심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통역을 업으로 하면 생기는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