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친구가 있다.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통역업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친구는 '통역사 멋있어! 나도 해보고 싶어.'라고 했다.
캐쥬얼하게 던진 얘기였지만, 내가 알려줄수 있는 부분이 있어보였다.
통역사로 시작하는 것은 단가가 낮으니, 차라리 전문성을 살려서 단가 높은 부업을 할 수 있다는 대답을 했다.
친구는 그래도 통역사에 대해 궁금해했고, 내가 진행하는 '재택근무 입문하는 법'에 대한 웨비나를 듣고 싶어했다. 나는 내가 아는 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나도 친구와의 대화를 캡쳐해서 온라인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통역 부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기가 특정이 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친구는 천천히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부분을 캡쳐해서 SNS에 올린 몇 시간 후.. 내 계정에 난리가 났다.
처음에 본 것은, 메세지함이었다. '걱정되어서 연락했어요.'라는 문구에 의아스러움이 묻었다.
'뭐가 걱정되는거지? 논란이 될게 있나?'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문제가 있는지 보기 위해 알림을 눌렀다.
"쯧.. 열등감 있나보네 ㅠ"
"자격지심인가"
"의사 친구 같이 욕해달라고 올렸을텐데 댓글 반응보고 사람들이 왜 이러나 싶을듯"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해석된다고?' 황당했다.
보통 악플이 150개가 달리면 손이 덜덜 떨릴텐데, 내 몸은 차분했다.
아마 지독한 독감 녀석이 내 에너지를 다 갉아먹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건 불필요한 오해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내 계정은 내가 쓴 책, 내 얼굴을 걸고 운영했다. 화면 너머의 익명에 사람들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댓글을 쓰나 싶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응을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나를 오해했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써야할지조차 막막했다.
친구가 통역 부업을 하는 것 보다, 더 전문성을 살리는 길이 있을거라고 내가 설명했던 부분을 캡쳐해서 올렸다. 내가 열등감이 있거나 친구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 댓글을 본 사람들은 더 차가워졌다. 이제는 루트를 틀어서, '친구가 캐쥬얼하게 인사차 멋있다고 한 것에 죽자고 진지해지네'라는 뉘양스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어쨋거나 내가 온라인에서 물매를 맞고 있는 이유는 존재했으며, 내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오히려 당사자인 친구는 고맙다고 했는데..
인터넷상의 얼굴없는 사람들은, 한 번 우기기 시작한 것에 대해 멈추지 않았다. 그 아무도 '오해해서 미안합니다'같은 말은 없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아우성들이었다. 내가 말을 하는게 구질구질하다고 했다.
놀란건, 악플 속에는 내가 이전에 팔로우 했던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팔로우 했던 사람은 글을 재미있게 쓰는 편이라, 아무 접점이 없는데도 그냥 그 사람이 재미있게 쓰는 글을 보기 위해서 팔로우를 했던 적이 있다. 재미있게 글을 쓰던 사람이, 자꾸 온라인에서 싸움 댓글을 다는 것을 보고 팔로잉을 취소 했었다. 그렇게 이제 스쳐지나간 아이디인줄 알았다. 이번에 내 글의 악플 중 하나로 다시 만나게 되니 마음이 이상했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이런 처지의 글을 봤던 적이 있었다.
댓글로 공격을 엄청 당하는 사람이었다. 나라도 나서서 '악성 댓글 당신들 이렇게 빼액거리는게 정상이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익명의 광기속에 나도 공격의 대상이 될 것 같아서 조용히 페이지를 넘겼던 적이 있었다.
정상인 사람은 조용하다.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가진 10%의 소수 사람만이 날카로운 댓글을 남긴다. 공격 타겟이 되면, 그 타겟은 그렇게 돌을 맞아도 되는 존재가 된다.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인 사람들의 흔적만 온라인에 남아 떠돈다. 그리고 그 비정상은 주류의 의견 같은 착시현상을 보인다.
내 글에 달린 악플을 쓴 사람들은 몇 살일까? 궁금해졌다. 미성숙한 10대일까? 사회 초년생일까? 내 계정은 어린 아이들 엄마에게 도달율이 높기 때문에 의아함도 들었다. 아이들 엄마가 악플을 달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악플러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놀랍게도, 아이들 엄마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계정은 싸움꾼. 다는 댓글마다 시비를 거는 댓글이 주인 사람들이었다. 굳이 왜 부정적인 글을 온라인에 남기는걸까?
예전에 악플을 받았던 연예인 일화도 생각이 났다. 내용은 '팬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연예인이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는 황당한 루머였다. 연예인 측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서, 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연예인은 무대응이 최고의 대응이라고 생각을 했더랬다. 밑도 끝도 없는 경우라, 사람들이 당연히 믿지 않을거라고 여겼다고 했다. 연예인은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실, 이 루머의 진실 혹은 거짓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경우던, 제 3자에게는 별로 필요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큰 그림을 보며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PS. 뭔가를 팔 때, 노이즈마케팅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내 경우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또, 내 얼굴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직한 방법으로만 운영을 하고 싶다. 평온한 초식동물들 같은 분들이랑만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내가 점점 닿는 곳이 많아질수록,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무작정 유명해지면 좋을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랑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 특히 가시가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아대는 사람들을 보며, 내 안일한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애초에 유명해지는 것도 어렵지만, 나는 앞으로도 유명해지지 않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