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는 이상하다

에서 시작한 통역업에 대한 생각

by 박모카

새로 일하기로 한 곳에서 포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교육은 무려 총 2번, 각 1시간씩이나 있었는데 임금 지불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무페이 플랫폼 사용 교육을 들어야 한다니.. 괴로웠지만 한낯 노동자인 나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새벽 5시 30분. 첫번째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전화를 어떻게 받는지, 포털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온라인 회의장에 들어온 청중은 나밖에 없었다. 이걸 한시간동안이나 설명했다니 회사에서도 인건비가 줄줄 새는구나 싶었다. 다음번에는 비디오 콜을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며칠 후, 여김없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렸다. 7분이 지났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20분이 흘렀다. 반짝! 메일이 왔다. "담당자가 없어요." 황당했다. 시간 예약을 해놨고, 담당자가 배정이 되었는데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고 했다. 미국회사에서는 이렇게 일을 해도 되나 싶었다. 결국 나는 며칠 후로 시간 약속을 다시 잡아야 했다. 기존 배정자 말고 다른 분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줬다. 기존 담당자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다른 회사에서도 면접을 보기로 해놓고 담당자가 연락 두절이 된 것이다. 이후에도 아무 연락도 없이 그냥 증발해버렸다.)


일을 하며 점점 통역 콜이 줄어든다는 것이 체감된다. 이전에는 하청에 하청으로 전화가 와서, 하나의 전화 통화에 오퍼레이터만 두 세명이 붙었던 기억이 꽤 자주 있었다. 그러니까, 기존 시장 구조에서는 통역할 사람을 바로 찾아야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해당 언어의 통역사를 찾는 오퍼레이터'도 끼어있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구조다. 그리고 며칠 전, 핸드폰 업데이트가 되면서 새 버튼이 생긴 것을 보았다. 손전등, 와이파이 등 기본 필요한 도구가 모여있는 툴이었는데, '통역' 버튼도 생긴 것이다.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 갤럭시 핸드폰은 전화를 받을 때에도 AI 통역 기능을 사용할수도 있다고 했다.


통역회사들은 병원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보안 유지를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래서 병원이나 통역사에게 디바이스를 제공하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통역회사에서 돈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빠른 시일내애 없어질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의료법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한다는 명목이 꽤나 강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주는 기관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커뮤니티 통역업계는 어쩔수없이 작아지겠다는 생각도 새로이 들었다.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 AI scribe 를 써도 되냐는 의사선생님의 요청이 하나씩 늘면서 약간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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